서울혁신학교 교육감 '임의지정' 없애고 신설학교는 '예비혁신' 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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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 예비 학부모들이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초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개교 예정인 학교 3곳을 예비혁신학교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주민들은 ‘예비혁신학교는 혁신학교로 가기 위한 사전 단계에 불과하다’며 반대 했다. [뉴스1]

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 예비 학부모들이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초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개교 예정인 학교 3곳을 예비혁신학교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주민들은 ‘예비혁신학교는 혁신학교로 가기 위한 사전 단계에 불과하다’며 반대 했다. [뉴스1]

 지난해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내에 교육감 임의로 혁신학교를 지정했다 주민 반대에 부딪힌 서울시교육청이 올해부터 혁신학교 교육감 임의지정 절차를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혁신학교 확대 기조는 유지함에 따라 신설 학교는 모두 '예비혁신학교'로 지정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의 2019 서울형 혁신학교 운영 기본계획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포함돼있던 교육감의 혁신학교 임의지정 절차가 삭제됐다. 혁신학교는 기본적으로 교육청 공모를 통해 선정된다. 각 학교의 교사·학부모의 동의율이 50% 이상일 경우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공모에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난해까지는 "신설 학교의 경우, 공모 절차 없이 교육감이 임의 지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돼있었다. 그래서 주변 재건축 등으로 문을 닫았다가 재개교하는 학교나 신설 학교 등은 학부모 뜻을 묻는 절차 없이 혁신학교로 지정할 수 있었다.

 임의지정 절차를 삭제한 것은 지난해 논란이 됐던 헬리오시티 혁신학교 사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송파구 헬리오시티(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단지 내에 개교할 가락초·해누리초·해누리중 등 3개 학교를 모두 혁신학교로 임의 지정했다. 그러자 주민들이 격렬히 반대했고, 지난해 12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주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등을 맞는 일도 벌어졌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연합뉴스]

 결국 시교육청은 한발 물러나 3개 혁신학교 지정을 철회하고 이들을 예비혁신학교로 1년간 지정해 운영한 뒤 학부모 뜻을 반영해 혁신학교 전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주민 반발을 겪으면서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임의 지정 지침을 삭제한 대신 신설 학교를 모두 1년간 예비혁신학교로 지정하는 지침을 만들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개교 후 1년간 구성원 협의 및 준비 과정을 충분히 거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 시내 신설 학교는 1년간 혁신학교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된다. 혁신학교 관련 연수나 컨설팅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연 1000만원의 예산도 지원한다. 임의 지정을 없애면서도 혁신학교 확대 기조는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혁신학교에 지원하는 예산은 작년보다 늘었다. 지난해까지 신규 지정 혁신학교에는 연평균 5500만원, 재지정된 혁신학교는 평균 3500만원을 지원했는데, 올해는 신규지정은 5700만원, 재지정은 4500만원이다. 실제 지원되는 금액은 학교 규모에 따라 다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12월 서울 노원구 혁신학교를 찾아 깍두기 담기 수업에 참관하고 있다. [중앙포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12월 서울 노원구 혁신학교를 찾아 깍두기 담기 수업에 참관하고 있다. [중앙포토]

 혁신학교는 진보 교육감의 공통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역마다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입시 위주, 지식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토론과 활동 중심 교육을 하는 것이 목표다. 학생 자치나 학부모 참여 활동도 일반 학교보다 활발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학력이 저하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급학교 입시에 성공하려면 학습량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혁신학교는 공부를 등한시한다는 지적이다. 예비혁신학교로 지정된 헬리오시티 주민들은 "혁신학교 학업 성취도가 하락하는데도 불구하고 (교육청은) 우수하다고 주장한다"며 "조 교육감 자녀는 외고를 졸업했는데 내로남불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올해 3월 기준 서울 혁신학교는 213곳이다. 조 교육감은 임기 내인 2022년까지 혁신학교를 250곳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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