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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베이징 北대사관 벽면에 트럼프 사진이 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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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주중 북한 대사관 게시판에 걸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공식 방문 사진. 왼쪽 아래 호찌민 묘소 헌화 사진,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 회담 사진 등 베트남 관련 사진이 일제히 내걸렸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2차 북미 정상회담 사진은 전혀 걸리지 않았다. 사진=신경진 기자

베이징 주중 북한 대사관 게시판에 걸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공식 방문 사진. 왼쪽 아래 호찌민 묘소 헌화 사진,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 회담 사진 등 베트남 관련 사진이 일제히 내걸렸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2차 북미 정상회담 사진은 전혀 걸리지 않았다. 사진=신경진 기자

베이징 주중 북한 대사관 게시판에 걸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공식 방문 사진. 호찌민 묘소 헌화 사진,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 회담 사진 등만 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북미 2차 정상회담 사진은 없다. 사진=신경진 기자

베이징 주중 북한 대사관 게시판에 걸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공식 방문 사진. 호찌민 묘소 헌화 사진,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 회담 사진 등만 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북미 2차 정상회담 사진은 없다. 사진=신경진 기자

북한이 베이징의 주중 북한대사관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2차 정상회담 사진 대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공식 방문 사진만 내걸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평양 기자회견에서 “비핵화 협상 중단 고려”를 거론한 후 ‘트럼프 지우기’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중 북한대사관의 외부 게시판은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중국 내 거의 유일한 공개 창구다. 여기에 거는 사진이 북한이 해외에 전하는 외교 메시지가 된다. 북한은 지난해 6월 12일 북·미 1차 정상회담이 열린 후인 지난해 7월 이 게시판에 트럼프 대통령 사진을 실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에서 만나는 첫 악수 장면, 단독 회담 모습, 북미 공동성명 서명 장면, 산책 장면 등을 게재했다. 당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들은 "북한대사관 게시판에 미국 대통령 사진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뒤엔 1차 회담 때와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이 없다. 18일 오전 베이징 차오양구(朝陽區) 북한대사관 정문 동쪽에 있는 게시판은 지난 3월 1~2일 베트남 공식 방문 사진들로 교체돼 있었다. 김 위원장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을 만나 회담하는 사진과 호찌민 묘에 헌화하는 사진, 공식 환영 만찬 사진 등만 걸려 있었다. 이 게시판으로만 보면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열렸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

북한은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다음달인 지난해 7월 29일 베이징 주재 주중 북한대사관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이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다음달인 지난해 7월 29일 베이징 주재 주중 북한대사관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이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말 베이징 주중 북한대사관 게시판엔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한 남북 정상 부부 기념 사진도 등장했다. 사진=신경진 기자

지난해 9월말 베이징 주중 북한대사관 게시판엔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한 남북 정상 부부 기념 사진도 등장했다. 사진=신경진 기자

이번 사진 교체 이전에는 북한 친선 예술단이 베이징을 방문한 지난 1월 말의 4차 북·중 정상회담 사진이 걸려 있었다.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 도착해 꽃다발을 받고 회담을 하는 장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앉아 환담하는 장면, 환영 연회 장면, 특급 의전을 받으며 베이징 시내를 지나가는 장면들로 구성됐다.

이보다 앞서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던 지난해 9월 말에는 평양과 백두산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 사진으로 게시판을 장식하기도 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올해 들어 북·중 정상에 이어 북·베 회담 등 사회주의권 국가와 교류하는 사진이 연속으로 실리면서 합의문 없이 노딜로 끝난 북·미 회담에 대한 불만을 '트럼프 사진 배제'로 표출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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