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기업 최악 실적…순익 2조 넘던 한수원도 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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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근 지난해 실적을 공개한 주요 에너지 공기업들이 줄줄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발전 5개사 작년 순익 100분의 1로 #회사 측 “탈원전과 무관” 선긋기 #전문가들 “에너지 전환정책 영향”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1376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냈다. 2016년 2조4548억원에 달하던 순이익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8543억원으로 떨어진 뒤, 지난해에는  5년 만의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부채도 전년보다 1조2312억원 늘어난 30조4841억원이었다.

한수원은 원전을 가동해 생산한 전기를 팔아 수익을 낸다. 한수원은 월성1호기가 조기 폐쇄된 데다 신한울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6기의 사업이 표류하며 영업 외 비용 등이 늘어나 수익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부·서부·남동·남부·동서발전 등 발전 5개사의 실적도 급격히 나빠졌다. 지난해 총 당기 순이익은 182억원으로 2016년 2조2276억원의 100분의 1 이하로 줄었다. 중부·서부발전은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이들은 수익 급감의 이유로 원전 공급량 감소와 액화천연가스(LNG) 사용량 증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등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을 들었다. 한국전력도 지난해 1조174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이런 실적 악화에 대해 “탈원전 때문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국제 연료 가격 상승 같은 ‘외부적인’ 요인과, 원전 정비 같은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지 정부 정책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꼭 집어 ‘탈원전 때문’이라기 보다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전반에 영향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원전의 전력 생산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와 LNG 비중을 높이는 중이다. 2016년 30%에 이르던 원전 비중은 2017년 26.8%, 지난해 23.4%까지 낮아졌다. 반면 LNG 발전 비중은 2017년 22.2%에서 지난해 26.8%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5.6%에서 6.2%로 늘었다.

문제는 LNG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용이 원전보다 비싸다는 점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담당 교수는 “값이 저렴한 원전의 공급이 제한을 받으니, 어쩔 수 없이 다른 비싼 에너지 구매를 늘린 것”이라며 “한전 및 발전 5개사의 비용은 늘어나게 되고, 한수원은 원전 판매가 줄어 매출이 감소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도 실적이 악화일로다. 지난해 말 경기 고양시 열수송관 파열 사고를 겪은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지난해 226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1985년 창사 이후 가장 큰 적자 규모다. 부채비율도 260%를 돌파하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있다. 적자가 누적되면 역시 요금 인상 압박이 커지게 된다.

문제는 앞으로다. 원전 비중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미세먼지 대책으로 탈석탄 정책도 속도를 내면서 LNG 수입량은 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인건비도 증가하고 있으며, 석유공사·광물자원공사 등은 과거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이 ‘적폐 청산’ 대상으로 규정되며 사업 정리를 압박받고 있다. 모두 기업 살림에 짐을 지우는 정책들이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공기업 적자가 누적돼 재무상황이 나빠지면, 결국 국가 예산으로 보전해야 하므로 재정 건전성에는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세종=손해용·김도년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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