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책 실패 반성 없는 개각 무의미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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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어제 급식 파동을 사과하면서 사의를 밝혔고, 한덕수 경제부총리도 지난주 노 대통령에게 물러날 뜻을 표했다고 한다. 사실 두 부총리의 사퇴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국정의 핵심인 경제 정책과 교육 정책을 담당한 두 부총리가 그동안 보여온 처신은 무기력과 무소신의 전형이었다. 경제부총리는 경제는 살리지 못한 채 임기 내내 성과 없는 부동산 정책에 매달려 허송세월했고, 교육부총리는 교육 철학이나 전문성 없이 청와대의 눈치만 보는 '코드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교육 현장에 혼란만 불러왔다.

5.31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성난 민심은 바로 이 같은 총체적 정책 실패와 무능에 대한 준엄한 경고였다. 국민은 두 부총리와 같은 관료에게 나라의 핵심 정책을 더 이상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것은 이번 개각이 정권 내부의 책임 추궁과 지방선거 참패의 희생양 찾기가 아니라, 그간의 국정운영에 대한 처절한 반성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방선거 후 약화된 여권의 위상을 추스르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나 집권 후반기의 자리 나눠먹기식 코드인사로 흘러서는 더더구나 안 된다.

물러나는 두 부총리의 실패가 무엇 때문이었는지를 안다면 새로 어떤 인물을 세워야 할지는 자명하다. 한 경제부총리는 취임 후 1년4개월 동안 뚜렷한 경제 회복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리더십을 보이지도 못했다. 일자리 창출이나 투자 확대 같은 핵심적인 경제 정책에선 발을 뺀 채, 청와대가 주도하는 부동산 정책에 뒷북을 치느라 바빴다. 새 경제부총리는 경제 회복과 일자리 만들기 같은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을 주도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정권의 코드에 맞춰 장단을 맞추기보다, 대통령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소신과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김 교육부총리는 전교조에 질질 끌려다니면서 무엇 하나도 제대로 이룬 것이 없다. 오히려 소신 없는 코드 맞추기로 교육 정책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렸다. 새 교육부총리는 무엇보다 코드 중심의 포퓰리즘(인기영합)적인 교육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뚜렷한 교육 철학과 비전.전문성을 갖춘 인사라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을 보면 이러한 민심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노 대통령과 코드를 맞춰온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권오규 현 정책실장을 각각 교육부총리와 경제부총리 후임으로 내정했다는 말이 나온다. 그간의 정책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할 인사들의 회전문 인사다. 전문성에 대한 고려도 없고, 과거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되어서야 임기 말 안정적인 국정운영은커녕 더 큰 민심의 이반을 가져올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개각 발표에 앞서 다시 한번 재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