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비껴간 탕웨이싱의 맥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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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4강전> ●탕웨이싱 9단 ○안국현 8단

6보(87~105)=조금 전만 해도 백의 전초 기지였던 우변이 이제는 고통의 땅이 되었다. 돌들이 이리저리 사방으로 흩어져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상황이다. 탕웨이싱 9단은 91~97로 차근차근 우변 백 대마의 숨통을 조여간다. 백은 꼼짝없이 사지를 향해 쫓기고 있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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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검토실에선 '참고도' 수순을 그려보며 때 이른 종국을 예상하였다. '참고도' 흑1이 치명적인 맥점으로 이하 흑11까지 수순으로 상변과 우변이 맞보기다. 백은 어쩔 수 없이 백12로 집을 내고 살 수밖에 없는데, 흑13으로 씌우면 상변 백 10점이 한 번에 비명횡사한다.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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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바둑을 그르친 안국현 8의 얼굴에 잔뜩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을 때, 탕웨이싱 9단의 손이 엉뚱한 곳을 향했다. 맥점을 묘하게 비껴간 99가 그것. 지옥 끝에서 가까스로 기회를 잡은 안국현은 서둘러 104로 모양의 급소를 차지했다. 이제 더는 흑의 공격이 먹혀들어가지 않는다.

탕웨이싱 9단의 얼굴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아마도 우변 백돌이 이미 죽었다고 판단을 내린 뒤 방심하고 있었던 듯하다. 다 잡았다고 생각한 대어가 자신의 실수로 어망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이렇게 되면 심리적 타격을 받는 쪽은 탕웨이싱이다. 지금부터 침착하게 두어간다면 충분히 안국현에게 승산이 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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