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 희망찾기] 경제 지표 곳곳에 빨간불…투자·혁신으로 미래 밝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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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의 위기극복 대책 

LS전선의 직원들이 500kV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을 테스트하고 있다. LS전선은 HVDC 케이블을 국산화해 덴마크의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에 수출한 데 이어 올해는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 LS그룹]

LS전선의 직원들이 500kV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을 테스트하고 있다. LS전선은 HVDC 케이블을 국산화해 덴마크의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에 수출한 데 이어 올해는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 LS그룹]

연초 한국 경제의 출발이 부진하다. 수출과 투자 등 주요 경제 지표가 마이너스로 시작했고, 생산이나 고용지표 또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먼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수출은 지난 1월 전년 대비 5.8% 감소했다. 반도체나 석유류 등 주요 품목의 수출금액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게 주 원인이다. 기계 수주액이나 출하 지수가 줄면서 1월 설비투자지수 역시 16.6% 줄었다. 이 같은 수요 측면의 경기가 반영돼 광공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생산 측면 경기도 둔화하고 있다. 1월 고용은 노인 일자리 사업의 조기 실행에 힘입어 노인 일자리가 조금 늘긴 했지만, 전체적인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전월(3만4000명)보다 증가 폭이 감소해 1만9000명 증가에 그쳤다.

수소 전기차 선도, 일자리 창출 #5G 서비스 구축, 글로벌 시장 진출 #AI 등 미래 분야에 대규모 투자 #성장사업 육성, 중기와 협력 강화

세계 경제 전망도 어둡다. 미·중간 통상마찰이 심화하고 있고, 영국의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등 신흥 경제권의 경기 불안은 지속하고 있다. 또 국제 유가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와 미 달러화 가치 상승 등 하방 압력이 여전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계속하고 있고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지속적인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연구원은 “올해 우리 경제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크게 줄어들고, 소비도 연 2% 증가율로 떨어질 것”이라며 “조선과 철강, 자동차 수출량 감소에 반도체 가격까지 하락세여서 올해 수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외 상황은 밝지 않지만, 우리 기업들은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래 성장 사업 육성을 위한 선제적인 투자,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 청년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3년간 국내 130조원과 해외 50조원 등 모두 180조원을 신규 투자한다. 특히 인공지능(AI)과 5G(세대) 이동통신, 바이오, 전장부품 등 4대 미래성장사업에 약 25조원을 투입해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우리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삼성의 혁신역량과 노하우를 사회에 개방 공유하면서 오랫동안 지속해온 성과와 입증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상생 협력을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해 8월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중소기업 2500개의 스마트공장 전환과 국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해 1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와 중소벤처기업부는 각각 매년 100억원씩을 출연해 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한 뒤 중소기업의 자동화와 운영시스템 구축, 환경안전 개선 등에 사용할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ICT 융합, 공유경제, 인공지능, 스마트 모빌리티와 등 미래 분야에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향후 5년간 상품 경쟁력 강화와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 기술 분야에 45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또 오는 2022년까지 자동차 부문에서 영업이익률 7%, 자기자본이익률 9%를 목표로 내걸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갖춘 수소 전기차는 2030년까지 약 8조원을 투자해 수소 전기차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수소 사회를 주도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중소 부품 협력사를 위해 올해 1조6728억원의 상생 및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SK그룹의 간판격인 SK텔레콤은 올해 5G 서비스 구축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 주력한다. SK텔레콤은 지난 2월 세계적인 미디어그룹 컴캐스트와 손잡고 조인트 벤처인 ‘T1 엔터테인먼트 & 스포츠’를 설립했다. 두 회사는 컴캐스트의 세계적인 미디어 역량을 활용해 e스포츠 관련 콘텐트를 제작하고, SK텔레콤의 미디어 플랫폼과 컴캐스트의 스포츠 방송채널 등을 활용해 콘텐트를 유통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올해 국내외 TV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인 올레드 TV를 앞세워 프리미엄 TV 시장의 리더십을 확고히 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글로벌 올레드 TV 시장 규모는 올해 360만대, 2020년 700만대, 2021년 1000만대로 향후 3년간 2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권봉석 LG전자 모바일·홈엔터테인먼트(MC/HE) 사업본부장(사장)은 “LG전자는 보편화한 LCD TV 기술과 확실히 차별화해,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LG 올레드 TV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기업이 맞이하게 될 미래의 변화는 그 형태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무한하다”며 “그러한 변화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잘하고 있는 사업에도 선제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투자 시기를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2019년부터 향후 5년간 국내외 전 사업부문에 걸쳐 50조원의 투자에 나선다. 우선 올해는 그룹의 양 축인 유통과 화학 부문을 중심으로 11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2023년까지 사업부문별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100대 개혁과제’ 실천과 미래 먹거리 발굴·육성 등 100년 기업으로서의 기반을 마련했다. 기존의 철강 부문을 철강·비철강·신성장 3개 부문으로 확대 개편하고, 부문별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했다. 신성장 부문은 2차전지 소재사업 등 미래성장동력 발굴과 육성을 맡는다. 또 미래 도약과 일자리 창출 등 결제 활성화를 위해 2023년까지 철강 사업에 26조원, 미래 신성장 사업에 10조원, 에너지·인프라 사업에 9조원을 투자한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지난 1월 “행하는 것이 없으면 돌아오는 것도 없다는 사자성어를 들며 올해는 실행력을 강화해 목표를 반드시 달성할 것”을 당부했다. LS그룹은 올해 전 세계적으로 시장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전력인프라·스마트에너지·디지털 전환 분야에서 핵심 기자재 및 기술 공급과 해외 투자 확대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초전도케이블, 마이크로 그리드(Micro Grid), 초고압직류송전(HVDC, High Voltage Direct Current) 등 친환경적이고 전기를 절감하는 에너지 효율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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