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 반복한 정준영, 범행 당시 약물 사용했냐 묻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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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은 가수 정준영(30)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은 가수 정준영(30)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14일 오전 10시 가수 정준영이 서울지방경찰청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정장 차림에 머리를 뒤로 묶은 채 차량에서 내린 정준영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을 걸어갔다. 이후 마이크를 든 기자들 앞에 멈춰서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심경을 전했다.

정준영은 묻는 말에 대한 답은 피한 채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오늘 경찰에 휴대폰 원본을 제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죄송하다. 오늘 조사받으면서 성실히...”라며 답을 피했고 “2016년 전 여자친구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피소됐을 때 뒤를 봐준 경찰이 있냐”는 질문에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범행 당시 약물을 사용했냐”는 질문에는 살짝 입만 움직이며 고개만 연신 숙였다. 최근까지 불법 영상을 유포했는지, 단체 카톡방에서 공모한 것이 아닌지 등의 질문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서울청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14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는 정준영. 권유진 기자

14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는 정준영. 권유진 기자

정준영이 출석한다는 소식을 들은 취재진들은 이날 오전 9시 전부터 서울청 앞으로 모였다. 100명이 넘는 취재진들과 중계차가 대기했다. 경찰도 여럿이 투입돼 만에 하나 있을 상황에 대비했다. 이날 모여든 취재진을 본 경찰 관계자는 “경찰에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모인 것을 처음 본다”며 “사진 찍어 놓고 싶을 정도”라고 놀라기도 했다. 일부 카메라 기자들 사이에는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앞서 방송 프로그램 촬영차 미국에 머물다 논란이 터지자 12일 오후 급히 귀국한 정준영은 소속사를 통해 배포한 사과문에서 불법 촬영 및 유포에 관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정준영은 “제 모든 죄를 인정한다”며 “이미 늦었지만 저에게 관심과 기회를 주셨던 모든 분께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어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여성을 촬영하고 이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대화방에 유포했고, 그런 행위를 하면서도 큰 죄책감 없이 행동했다”고 털어놨다. 정준영은 현재 소속사인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해지한 상태다.

이날 경찰은 정준영을 상대로 성관계 동영상을 상대방 동의 없이 촬영했는지, 여성에게 약물을 사용했는지 여부와 단체 카카오톡방에 공유하게 된 경위에 대해 물을 예정이다. 또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카카오톡 대화가 2016년 정준영이 포렌식을 맡긴 휴대전화 수리 업체에서 나온 만큼 이에 대한 조사도 있을 예정이다. 정준영이 경찰에는 휴대폰이 고장났다고 한 후 사설업체에 문제없는 휴대전화를 맡긴 의혹 등 경찰과의 유착 의심 내용에 대한 내용이다.

이에 더해, 현재 알려진 2016년까지의 범죄 사실 외에 최근까지 촬영과 유포 행위가 이어졌는지 여부도 밝혀야 한다.

이날 광역수사대는 성매매 알선 혐의를 받는 승리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승리는 지난달 27일 피내사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다가 피의자로 전환됐다. 경찰은 승리의 성접대 의혹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가 언론 등에 공개되자 내사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정준영의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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