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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나꼼수에 완전 뿅 갔다"···화약고 된 김연철의 SNS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페이스북이 인사청문회의 화약고로 떠올랐다. 과거 페이스북을 통해 여야 정치인들에 대해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하고 정치 편향적인 글을 써온 것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열릴 인사청문회에선 김 후보자의 ‘SNS 설화(說禍)’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페이스북을 보면 2014년 8월 1일 “안철수의 실패. 새 것이라 아무거나 주워 먹으면 피똥 싼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는 글을 올렸다. 전날(7월30일) 재보궐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이 새누리당에게 패하자 쓴 글이다. 당시 안철수ㆍ김한길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선거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했는데 이를 노골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이듬해 당 대표가 된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군복 입고 쇼나 하고 있다”고 했다. 2016년 추미애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감염된 좀비”라고 했고, 같은 해 민주당을 이끌던 김종인 대표에 대해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씹다 버린 껌”이라고도 했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김경빈 기자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김경빈 기자

그의 페이스북에 남아 있는 정치 편향적 글도 논란의 소재가 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2011년 8월 31일 “나꼼수에 완전 뿅 갔다”는 글을 올렸다. “어느새 (나꼼수의) 말투를 따라하더니 언젠가부터 업데이트 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더니 17회에서 듣다가 눈물이 났다”고 썼다. 그가 언급한 ‘나꼼수 17회’는 검찰이 억지로 곽노현 당시 서울시 교육감을 옭아맸다는 내용인데, 이를 듣고 눈물이 났다는 것이다. 그는 2012년 4월12일에는 “나꼼수 차지 마라. 너는 그토록 뜨거운 적이 있는가”라고 안도현 시인의 시를 패러디해 올리기도 했다.

팟캐스트 방송인 나꼼수(나는 꼼수다)는 2010년대 초반 보수 정부의 정책이나 인물 등을 비판하며 큰 인기를 끌다가, 고정 패널인 정봉주 전 의원이 2011년 말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면서 내리막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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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2일에는 당시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와 관련해 “문명 국가에선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썼다. 그는 당시 페이스북에서 “대화록을 무단으로 불법 공개한 국정원의 행위는 말 그대로 국기문란행위”라며 “5000년 역사에서 처음이라는 경천동지할 일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일하며 북핵 협상과 남북 회담에 관여했다. 2005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때도 협상팀과 함께 방북했다.

2012년 10월 동아시아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당시 인제대 교수)

2012년 10월 동아시아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당시 인제대 교수)

과거 발언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김 후보자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닫았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야당에선 진보ㆍ보수를 아우르는 정책 집행이 가장 필요한 통일부의 수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공격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자는 통일부 장관이 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인사 검증할 때 장관 후보자의 페이스북은 안 보는 거냐”(전희경), “통일부 장관이 아니라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임명한 게 아니냐”(이만희)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여당 내부에서도 찬반이 갈린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비문계 한 의원은 “김연철 후보자의 SNS 내용을 두고 당 내부에서도 논란이 적지 않다”며 “이제와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닫은 게 더 볼썽사납다”고 지적했다. 반면 친문 성향의 한 핵심 관계자는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야당은 물론 자기 편까지 비판해 왔다는 것은 그만큼 균형 감각이 있다는 것”이라며 “정치 편향 논란이 이는 페이스북 글 역시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방어했다.
현일훈ㆍ김준영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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