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55) 신임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북한에 대한 지식과 행정 능력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그는 23년간 북한·통일 분야를 연구했다.
김 후보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북한경제 연구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수석연구원(1997~2002년)을 지냈다. 이어 노무현 정부 시절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2004~2006년)을 지내면서 ‘남북관계 정책현장’을 경험했다. 당시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이 활발하던 때로, 북한 핵 폐기 시 남한이 북한에 200만kW 전력을 제공하는 내용의 ‘대북 중대제안’을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정 전 장관이 이 중대제안을 설명하기 위해 2005년 6월 방북했을 때 김 후보자도 함께했다. 이후 9·19공동성명이 나오기까지 6자회담 협상 과정에도 참여했다.
인제대 교수(2010~2018년)로 자리를 옮겨서는 『냉전의 추억』『협상의 전략』『남북대화 70년사』 등 다양한 저술 활동을 벌였다. 특히 『협상의 전략』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구매해 읽었다고 한다. 지난해 4월 국책 연구기관장인 통일연구원장에 임명된 후에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통일연구원장직에서 물러났다.
김 후보자는 이력에서 보듯 대북 전문가 중에선 남북관계를 우선시하는 성향으로 꼽힌다. 지난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25년간 북핵 협상에 대해 “힘으로 해결하려다 실패한 역사”라고 규정한 뒤 “압박이 지속되면 북한이 포기하고 굴복할 것이라고 보지만 실패했다.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문제에서 남북관계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며 한국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에 대해 “남북공동선언을 속도감 있게 추진함으로써 ‘신한반도체제 구상’을 적극적으로 구현해 나갈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남북협력 발언 이후 미국과의 공조 엇박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어서 우려도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 후보자가 비핵화보다 다소 남북관계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당분간은 북한을 관리하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통일부에서도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통일부 직원은 “오랜 기간 남북관계 전문가로 지내 부내에서도 익숙한 분”이라며 “다만 2차 정상회담이 결렬돼 남북관계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 협상을 재개하고, 또 나아가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창의적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현 단계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가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노력해야겠죠”라고 짧게 답했다.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가 이날 개성공단·금강산관광 (대북) 제재 면제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자세한 내용은 청문회 준비를 좀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고맙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 후보자의 부인은 이병임 건양대학교 교수로, 슬하에 2녀가 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