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폭행 혐의 송명빈 대표, 영장심사 받는 날 극단적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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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송명빈. [연합뉴스]

송명빈. [연합뉴스]

‘직원 상습 폭행’ 의혹을 받는 송명빈(50·사진) 마커그룹 대표가 영장실질심사일인 13일 투신 사망했다. 송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이날 오전 4시 40분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에게 미안’ 6장 유서 남겨

화단 현장에서는 유서가 한장 발견됐다. 송 대표 자택에서도 5장의 유서가 추가로 나왔다. 주로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 극단적 선택을 앞둔 심경을 반영하듯 글자 크기와 간격이 삐뚤삐뚤 일정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이 유서 내용을 공개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경찰에 전해왔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지난해 7월부터 ‘디지털 소멸’ 전문 기업인 마커그룹을 이끌었다. 그는 ‘잊혀질 권리’를 주창한 디지털 소멸 분야의 권위자다. 마커그룹 역시 이 분야 서비스를 제공했다. 송 대표는 2015년 3월 『잊혀질 권리, 나를 잊어주세요』라는 저서를 발간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12일 송 대표는 회사 직원 양모(34)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 등으로 고소당하면서 ‘제2의 양진호’라는 논란을 일으켰다.

양씨는 2016년 3월부터 3년여간 마커그룹 사무실에서 쇠파이프 등으로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송 대표가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경찰은 마커그룹 사무실과 송 대표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고, 송 대표를 상습특수폭행·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서울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무리한 수사가 진행된 것도 아니고, 문제 될 만한 부분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송 대표가 사망함에 따라 해당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고양=김민욱·남궁민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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