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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장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사흘 계속되면 4등급 차량 운행 정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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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시청 시장집무실에서 열린 환경부와 수도권 3개 시·도의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강화 방안 논의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조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허종식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 [연합뉴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시청 시장집무실에서 열린 환경부와 수도권 3개 시·도의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강화 방안 논의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조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허종식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 [연합뉴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13일 "향후에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 지 3일이 지나면 4등급 차량, 6일 이상 지속되면 더 낮은 등급 차량까지도 운행 제한을 하는 식으로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면 5등급 노후 차량만 운행을 제한한다.

"지난 미세먼지 대책 효과 없었다" 반성 #비상저감조치 6일 넘으면 더 강한 조치 #시도가 조례 개정해야 시행 가능

조 장관은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허종식 인천 정무부시장 등 수도권 단체장·부단체장과 만나 미세먼지 대책을 논의했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이달 1~7일 수도권에 사상 초유의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역사상 이렇게 한 전례가 없다. 정부로서는 나름대로 했지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부분 없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미세먼지 강도가 높아지면 탄력적 조치가 필요하다. 대책이 똑같아서는 안 된다. (비상저감조치가) 길어지면 단계를 나눠야 한다. 지금은 5등급만 제한하는데 3일 지나면 4등급도 하고, 6~7일째는 더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5등급 경유차(하이브리드 포함) 기준은 질소산화물과 탄화수소의 배출량이 0.463g/km, 미세먼지 0.06g/km 초과다. 2002년 7월 1일 이전에 적용된 기준이다. 이 기준에 따라 생산된 경유 차량을 말한다. 4등급 경유차는 '질소산화물+탄화수소' 0.463g/km 이하, 미세먼지 0.06g/km 이하(2006년)이다. 3등급은 기준이 더 세다. 휘발유 차량도 5등급에서 3등급으로 갈수록 기준이 강하다.

5등급 차량은 전국 269만대(경유차는 266만대)이며 수도권만 40만대(2.5t 이상)이다. 현재 서울은 비상저감조치가 내리면 2.5t 이상의 5등급 차량만 운행을 제한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10만원)를 부과한다. 인천·경기를 비롯한 상당수 지자체도 운행 제한 조례를 갖고 있다. 강제조항(과태료)이 없는데, 인천·경기는 6월 단속에 걸리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3, 4등급이 몇 대인지 자료가 없다. 환경부가 지금 분류하고 있으며 다음달에 나온다. 2300만대 중 5등급이 11.7%이다. 3, 4등급 차량은 5등급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유차(하이브리드 포함)는 1~2등급이 없고, 새 차도 3등급에 속한다. 조 장관 말대로 시행하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6일 이상 계속되면 모든 경유차 운행이 금지될 수도 있다. 이달 초 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경유차 전면 운행 정지 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다.

3, 4 등급 차량 운행을 정지하려면 서울을 비롯한 시·도가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등급만 분류하고 세부 시행 방법은 지자체 몫이기 때문이다. 황승일 서울시 차량공해저감과장은 "4등급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고 단속하려면 조례를 바꿔야 한다. 현재 5등급 차량 조기 폐차 지원금, 공해저감장치 부착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4등급 차량으로 확대하려면 반드시 예산이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과장은 "무엇보다 시민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는지 먼저 조사해야 한다. 서울시만 현재 5등급 차량 운행 단속을 하는 걸 두고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박 시장은 "서울시는 그간 미세먼지 관련 대책을 조례에 반영하고 예비비 예산을 활용해 취약계층에게 마스크를 지급했다. 재난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조치를 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비상저감조치로는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저감하기는 어렵다"며 "이미 미세먼지가 악화한 상태에서 조치를 내리기보다, 미세먼지 시즌제를 도입해 특정 시기 내내 미세먼지 저감조치를 시행해 예방적 효과를 거두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을버스나 어린이 통학버스 등 노후 경유차량, 오토바이 등을 친환경 차량으로 교체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박 시장은 "이를 위해 정부가 과감하고 획기적인 폐차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종식 인천 정무부시장은 "대형 공사장이 조업을 중단하면 정부가 임금 감축분을 지원해줘야 한다. 또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공무원 차량 2부제를 할 게 아니라 전면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부시장은 "고농도 미세먼지가 다량 배출되는 항만을 지자체가 관리할 권한이 없다"면서 "지자체에 항만 미세먼지 관리권을 부여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매년 반복적으로 수도권 지역 주민들이 미세먼지로 고통을 겪게 해 죄송하다"면서 "미세먼지 관련 대책이 실질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추가경정예산을 적극적으로 편성해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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