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한·일 외교갈등 중재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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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 정부 당국자들이 잇따라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재계가 양국 메신저를 자처하고 나섰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8명의 재계 인사들은 14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경제계 협의체(B20)에서 한국 대표단 자격으로 방일한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중앙포토]

허창수 전경련 회장. [중앙포토]

이 자리에서 재계 한국대표단은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 나카니시 히로아키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회장 등 일본 정·재계 고위 관계자를 만나 ‘양국 외교 갈등을 경제 문제로 확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재계의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재계가 나선 건 한일 양국 관계가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해 11월 한국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근로정신대 노역 피해자·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미쓰비시중공업에 배상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미쓰비시중공업은 배상을 거부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회사의 한국 자산 압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 사안에 대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잇따라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는 12일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서 “관세·송금·비자정지 등 보복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고,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모든 선택지를 두고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경제협회도 5월 개최 예정이던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를 연기했다.

이처럼 양국 관계가 악화하자 재계가 사태 해결을 위해 총대를 멨다. 허창수 회장은 니카이 간사장 등 자민당 주요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다. 니카이 간사장을 만나면 허 회장은 경제·기업 등 민간 부문 교류·협력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전할 계획이다.

허 회장은 지난 2014년에도 경단련을 직접 방문해서 당시 7년 동안 중단됐었던 한일재계회의를 부활시켰다. 또 지난해에는 전경련과 경단련이 파견 인력을 교류하며 일본과의 민간 경제 외교 채널을 복원했다. 경단련이 해외에 인력을 파견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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