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폭행' 송명빈 대표 투신 사망에 수사기관도 변호인도 ‘당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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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송명빈(50) 마커그룹 대표가 지난 1월 6일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경찰의 2차 출석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원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송명빈(50) 마커그룹 대표가 지난 1월 6일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경찰의 2차 출석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원 상습 폭행’ 의혹을 받는 송명빈(50) 마커그룹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몇 시간 앞두고 투신 사망했다. 송 대표의 폭행 의혹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과 변호인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13일 오전 “송 대표가 투신 사망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송 대표가 투신한 장소인 자택은 경기도 일산에 있다.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송 대표에 대해) 무리한 수사가 진행된 것도 아니고, 문제될 만한 부분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수사 초반 송 대표를 대리했던 주형훈 변호사도 이날 “매우 착잡하다”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밝혔다. 주 변호사는 송 대표의 법률대리인이자 오랜 지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는 주 변호사가 아닌 다른 법률대리인이 담당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송 대표의 투신 사망과 관련한 사건은 자택 관할인 일산서부경찰서에서 담당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에 강서경찰서에서 수사했던 직장 내 폭행 사건은 송 대표의 사망으로 인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원 상습 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마커그룹 송명빈 대표가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자택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된 13일 오전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관계자들이 포토라인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직원 상습 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마커그룹 송명빈 대표가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자택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된 13일 오전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관계자들이 포토라인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일산서부서는 이날 송 대표의 자택에서 그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6장 분량의 유서를 발견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서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1월 마커그룹 직원 양모(34)씨는 송 대표가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3년여간 서울 강서구 소재의 마커그룹 사무실에서 자신을 상습 폭행하고 협박했다며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양씨에 따르면 송 대표는 쇠파이프, 각목, 구둣주걱 등으로 양씨를 폭행했다. 특히 송 대표가 마커그룹 사무실에서 양씨의 머리를 세게 때리는 영상과 살해 협박을 하는 음성파일 등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논란이 커졌다.

경찰은 고소장 접수 후 지난해 12월 송 대표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하고 마커그룹 사무실과 송 대표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송 대표는 경찰의 두 차례 소환 조사에서 폭행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양씨가 자신의 배임과 횡령 사실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도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양씨를 상대로 무고와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양씨는 2016년 8월부터 2018년 6월 말까지 마커그룹의 대표를 맡았고, 양씨가 사임한 뒤 송 대표가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하지만 양씨는 자신이 '명목상 대표'였다고 반박했다.

송 대표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타운 우수멘토로 활동했고, 문재인 대선캠프에서는 집단지성센터의 디지털소멸소비자주권강화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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