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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서 빠져, 북한도 삼권분립 과시?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실시한 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한국의 국회의원)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12일 오후 대의원 선거 결과를 발표하면서 “(유권자의)99.9%가 선거에 참여했고, 투표 인원 100%가 (후보자에게) 찬성했다”고 밝혔다. 북한 중앙선거위원회는 687명의 대의원 명단을 공개했는데, 이번 선거는 2014년 3월 선거에 비해 350여명이 교체됐다. 51%의 교체비율이다. 북한의 대의원 선거는 단수 후보를 올려 찬반 투표로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일 오전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후보인 홍서헌 김책공업종합대학 총장에게 투표하기 위해 이 대학에 마련된 투표장을 찾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가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투표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일 오전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후보인 홍서헌 김책공업종합대학 총장에게 투표하기 위해 이 대학에 마련된 투표장을 찾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가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투표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선 김 위원장이 대의원 명단에서 제외됐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명단에서 빠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2014년 3월 13기 선거 땐 선거에 앞서 김 위원장을 111호 백두산 선거구에 추대했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선거일까지도 그를 추대했다는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더 확인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687명 대의원 전원의 이름이 공개됐는데 김 위원장은 명단에 없다”며 “대의원에서 빠진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한국이나 미국처럼 최고 지도자가 입법부 활동을 하지 않는, 즉 김 위원장은 당과 군대를 총괄하고 입법부와는 거리를 두는 분립의 모양새를 보려주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최근 정상국가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대의원을 하지 않더라도 권력 행사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만큼 외부를 상대로 독재국가의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해석이다. 북한은 형식적으로나마 삼권 분립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북한 지도자는 노동당과 정부, 군, 입법부를 관할해 왔다. 북한에서 김 위원장은 '최고 존엄'으로 간주되는 만큼 대의원 신분 여부는 별 의미가 없다.
이번 대의원 선거 결과에는 김 위원장의 친형인 김정철이라는 이름이 두 명이나 올랐다. 정부 당국자는 “제78호 삼등선거구와 제238호 백석선거구에서 당선된 대의원 이름이 김정철”이라며 “둘 중 한 사람이 김 위원장의 친형인지, 동명이인인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당 제1부부장인 김여정도 대의원 명단에 올랐다. 김여정은 13기 대의원 선거 때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2016년을 전후해 최고인민회의에서 활동을 했다는 점으로 볼 때 보선으로 대의원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김일성 주석의 친동생인 김영주와 한 때 북한 내 권력 2인자로 분류됐던 황병서 조직지도부 부부장도 이번에 대의원에서 제외됐다. 이들이 빠진 이유는 즉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반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이선권 위원장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새로 이름을 올렸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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