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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북한 보고 있다” 동창리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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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플로리다 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주말 휴가를 보낸 뒤 10일(현지시간) 워싱턴 DC로 복귀했다. 이날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착륙한 에어포스 원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오른쪽부터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아들 배런.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플로리다 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주말 휴가를 보낸 뒤 10일(현지시간) 워싱턴 DC로 복귀했다. 이날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착륙한 에어포스 원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오른쪽부터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아들 배런. [AP=연합뉴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대북 메시지를 주도하는 ‘볼턴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볼턴은 10일(현지시간) ABC와 폭스뉴스에 연이어 출연해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에 대해 “우리는 눈 한 번 깜박임 없이 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볼턴은 지난 3일 세 곳, 5일 한 곳에 이어 일주일 사이 여섯 번에 걸쳐 TV 인터뷰에 응하며 ▶대화에는 응하되 ▶비핵화 이전의 제재 해제는 없음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회담 결렬 후 협상 책임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신중 모드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대북 강경파 볼턴이 국면을 장악한 양상이다.

“북, 빅딜 수용해야 3차 정상회담” #어제 정의용 안보실장과 통화 #정 실장 비공개 방중 양제츠 만나 #북한 대화노선 이탈 방지안 논의

볼턴이 이날 인터뷰에서 “미 정부는 (북한 관찰에) 많은 자원과 노력을 쓰고 있기 때문에 상업위성 사진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북한에서 많은 것을 봐 왔고, 계속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포착된 장거리 로켓 발사 징후와 관련해 미국이 각종 정보자산을 활용해 동창리 등의 동향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음을 공언한 것이다. 볼턴은 또 “(북한이 위성이나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히 실망할 것”이라며 ‘오판’을 경고했다.

볼턴. [REUTERS=연합뉴스]

볼턴. [REUTERS=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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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은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이 ‘빅딜’을 수용한 뒤 회담장으로 오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다시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북한이 돌아가 그들의 입장을 재고한 뒤 다시 돌아와 ‘빅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하는 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다시 만날 순 있지만, 그 전제조건은 미국이 이미 북한에 건넨 ‘빅딜’을 수용해야만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빅딜’에는 북한이 핵·미사일뿐 아니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전반의 포기가 담겨 있다.

한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주말 중국을 비공개로 방문해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만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북·미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복구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대화 노선에서 이탈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정 실장은 이날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과도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양국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며 미·중 접촉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한·중 NSC 수장 간의 만남은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이며, 볼턴 보좌관도 백악관의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라는 점에서 대화 결과가 주목된다. 정 실장이 중국과 미국의 외교 라인을 직접 접촉한 것은 북·미 회담 재개를 위한 중재자로서의 한국의 역할에 대한 불씨를 살리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열린 NSC 상임위 회의를 주재한 정 실장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타결될 수 있도록 후속 노력을 강화해 나가자”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5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를 청와대에서 비공개로 만나 북·미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정 실장은 10일 시작된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도 동행하지 않았다. 현재 청와대·외교부·국정원 등 외교·안보 진용은 북·미 회담 결렬 이후 북·미 간 막후 조율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 실장은 중국과 미국을 연쇄 접촉하면서 북한에 보낼 메시지를 정리 중인 단계로 보인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강태화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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