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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결렬 뒤 한·미 동맹 이상 기류…미 일각 “한국 정부, 달 향해 쏜다” 냉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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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미 동맹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여파다. 한국 정부가 금강산 관광 등 대북제재 완화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미국과 합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다는 인식이 워싱턴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 의회와 행정부 인사들을 접촉했던 복수의 소식통은 11일 “이 같은 인식이 미국 싱크탱크뿐 아니라 국무부와 백악관 및 의회에서도 등장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외교안보 라인 인사도 의문 가져”

소식통은 “미국 의회 일각에선 한·미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가 양측 인식 차가 있는데 쉽지 않은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며 “이들은 지금은 제재를 강화해 지렛대를 강화해야지 왜 한국 정부는 반대로 가느냐고도 반문했다”고 전했다. 정상회담은 청와대와 백악관이 추진하는 만큼 미 의회와는 무관하다. 그럼에도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미 하원 관계자로부터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달을 향해 쏜다(shooting for the Moon)’는 표현까지 들었다”고 전했다. 달을 향해 쏜다는 원대하게 시도한다는 뜻이 있지만 맥락에 따라선 불가능한 시도라는 냉소적 의미도 담겨 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한·미 정상회담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대북제재를 둘러싼 이견은 이미 노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 하루 뒤인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7일(현지시간) “금강산 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제재 완화는 (현 상황에선) 없다”고 잘라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한국 외교안보 라인의 인사에도 미국 정가와 행정부는 의문을 갖고 있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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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우선 이달 내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놓고도 다른 얘기가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소통은 원활하지만 양국 관계가 미묘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 행정부 인사들을 접했던 소식통은 “지금으로서는 양국 장관이 만나도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에게 일방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자리로 삼을 수 있다는 게 미국 측 이야기”라고 말했다.

한·미 관계의 이상 기류는 북한의 움직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현재 ‘웨이트 앤 시(wait and see, 기다려 본다)’라는 입장”이라며 “단 북한이 산음동 및 동창리에서 도발을 감행한다면 모든 것이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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