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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시크릿·짐보리도 아마존에 밀려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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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근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사우스다코타주에 ‘아마존 4스타 매장’을 열었다. 이곳은 아마존 온라인 쇼핑몰에서 별점 4점 이상(5점 만점)을 받은 상품을 살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다. 상품 종류는 가전제품, 장난감부터 주방기기까지 다양하다. 가격은 온라인과 크게 다르지 않아 일반 소매점보다 싼 편이다. 지역 주민들이 다른 소매점을 찾아갈 필요가 예전보다 줄었다.

미국 소매업 매장 줄줄이 문닫아 #올들어 4800곳, 작년 1년치 육박 #일자리도 4만개 넘게 사라질 전망 #“온라인 유통 적응해야 살아남아”

온라인 쇼핑 시장을 평정한 아마존이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경쟁에서 밀린 미국 소매업 매장이 잇따라 폐업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지난달 유명 신발유통업체 페이리스 슈소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 업체는 1980~90년 ‘원 플러스 원(1+1)’ 판매 전략을 도입해 크게 매출을 올린 바 있다. 당시엔 신발 한 켤레를 구입하면 한 켤레를 더 주는 영업 전략이 상당히 획기적이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저가 신발 판매에 나선 아마존과 경쟁에서 밀려 최근 매출이 확 줄었다. 결국 이 업체는 미국과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2100여 개의 점포 폐점 결정을 내렸다.

폐점하는 미국 오프라인 매장

폐점하는 미국 오프라인 매장

앞서 지난 1월 파산 신청을 했던 아동복 브랜드 짐보리 역시 올해 900개 점포의 폐쇄 계획을 밝혔다. 지난 2017년에 이어 두 번째 파산 보호 신청이다. 당시 짐보리는 400여 개 점포를 폐업한 바 있다. 소매업체 줄폐업은 브랜드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자전거 업체 퍼포먼스 바이시클은 102곳, 의류업체 샬롯 룻세는 94곳, 유명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은 53개 매장을 올해 닫을 계획이다. ‘미국 백화점의 상징’으로 꼽히는 시어스도 2017년 150개 매장을 폐업한 데 이어, 최근 70여 개의 문을 닫기로 했다. 이런 기록적인 소매업체 폐업 분위기를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 소매업의 종말”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코어사이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2월 폐업했거나, 폐업 계획을 밝힌 미국 소매 점포는 약 4800곳에 이른다. 단 두 달 만에 지난해 총 소매업체 폐업 숫자(5400여 곳)에 근접했다. 데보라 웨인스리그 코어사이트 리서치 창업자는 “올해 폐업 예정인 소매업체 매장은 총 1만2000곳에 이른다. 반면 새로 개장할 매장은 약 2260곳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소매업계 일자리도 크게 줄었다. 미국 재취업 지원업체인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두 달간 미 소매업계에서 약 61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는 “올 한 해 동안 지난해의 두 배에 이르는 약 4만1000개의 소매업계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계 최대 쇼핑가’로 꼽히는 뉴욕의 상가 공실률도 증가하는 추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년간 뉴욕 타임스퀘어 등지의 상가 공실률이 2배 이상 올라 현재 20%에 달한다”고 전했다.

소매업체가 떠난 자리엔 아마존 매장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마존이 미 전역에서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은 크게 세 가지다. ‘아마존 4스타 매장’, 자사 정보기술(IT) 제품을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 그리고 ‘아마존 북스(서점)’다. WSJ은 “아마존은 아마존 북스와 아마존 4스타 점포를 늘릴 계획”이라며 “현재 10곳인 무인 매장 ‘아마존 고’는 오는 2021년까지 약 3000곳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와 크로거은 아마존과의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온라인 쇼핑 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아마존의 적극적인 소매업 확장이 중소형 소매업체의 폐업을 앞당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FT는 “전국 대·소형 소매업체가 살아남는 방법은 온라인 유통 트렌드에 하루빨리 적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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