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막노동꾼" 고백한 아나운서 울린 엄마의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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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정 전 광주MBC 아나운서가 뉴스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MBC 방송 캡처]

임희정 전 광주MBC 아나운서가 뉴스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MBC 방송 캡처]

‘저는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 딸입니다’라는 글로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임희정 전 광주MBC 아나운서가 글 게재 후 쏟아진 관심 등을 언급했다.

임 전 아나운서는 10일 공개된 스브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글이 화제가 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며 운을 뗐다. 그가 지난달 15일 콘텐트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 등에 올린 ‘저는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 딸입니다’라는 글은 당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임 전 아나운서는 “실검에 올랐던 날도 부모님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며 “어머니께 전화했더니 ‘밥 먹었냐’며 평소 때처럼 물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그 글을 봤는데 ‘왜 우리 엄마·아빤 잘 모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한편으론) ‘몰라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엄마·아빠 이야기를 계속 글로 써도 되는지 등을 물어봤다”고 말했다.

임 전 아나운서가 ‘엄마·아빠 이야기를 글로 써도 되는지’, ‘나중에 관련 이야기를 실은 책에 가족사진을 실어도 되는지’ 등을 묻자 임 전 아나운서의 어머니는 딱 한마디 했다고 한다. “암시롱 안 해. 올려!”

임 전 아나운서는 “엄마의 이 같은 자신감 있는 말 한마디를 듣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며 “평생을 힘들게 사시긴 했지만 단 한 번도 하는 일이 부끄럽지 않았다는 증명 같았다.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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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전 아나운서의 아버지는 건설 현장에서 50년 넘게 노동을 해오고 있다. 가난했던 형편 때문에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다고 한다. 어머니도 국민학교를 겨우 졸업했다고 임 전 아나운서는 전했다.

임 전 아나운서는 “아나운서 준비생 시절엔 이력서에 부모님의 학력·직업 등을 적는 란에 ‘대졸’ ‘건설사 대표’ 등을 (거짓으로) 적어낸 적도 있었다”며 “돌이켜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건 부모님이 아니라, 그 기준에 맞춰서 거짓말하고 숨겼던 저 자신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해보니 (부모님을) 원망하거나 미워할 일이 아니라는 걸 저절로 깨닫게 됐다”며 “절대 부끄러워해야 할 일도 원망해야 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은 가난과 무지를 스스로 선택한 것이 절대 아니다”라면서 “물질적인 지원은 부족했어도, 심리적·정신적인 지원은 그 누구보다 가장 많이 해주신 분들”이라고 덧붙였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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