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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이 떴다. 1주일 사이 북한 인터뷰 6건..전면 부상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확대회담에 참석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가장 왼쪽)이 환하게 웃음을 짓고 있다.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확대회담에 참석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가장 왼쪽)이 환하게 웃음을 짓고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대북 메시지를 주도하는 '볼턴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대화에는 응한다. 단 '빅딜'안 수용해야 정상회담 한다 #'포스트 하노이' 정책으로 '일괄 타결, 제제 유지' 주도 #정상 간 '좋은 관계' 강조하며 "판은 깨지 않는다" 강조

볼턴은 10일(현지시간) ABC와 폭스뉴스에 연이어 출연해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에 대해 "우리는 눈 한번 깜박임 없이 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볼턴은 지난 3일에 세 곳, 5일에 한 곳에 이어 1주일 사이 6번에 걸쳐 TV 인터뷰에 응하며 ^대화에는 응하되 ^비핵화 이전의 제재 해제는 없음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회담 결렬 후 협상 책임자인 마이크 폼페이오가 신중 모드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볼턴이 국면을 장악한 양상이다.

협상 결렬의 책임을 북한에 돌리고 미국의 단호한 입장을 대내외에 알리는 데는 북한이 껄끄러워하는 강경파 볼턴을 등판시키는 게 유리하다는 전략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볼턴이 이날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크게 세가지.

첫째는 동창리 움직임. 그는 "미 정부는 (북한 관찰에) 많은 자원과 노력을 쓰고 있기 때문에 상업 위성사진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북한에서 많은 것을 봐 왔고 계속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눈 한번 깜박임 없이 보고 있다(We see it unblinkingly)". "그들의 역량(평가)에 대해 어떤 틀림도 없다"고도 했다. 미국이 각종 정보자산을 활용해 동창리 등의 동향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볼턴은 또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입장과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다. (북한이 위성이나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히(pretty) 실망할 것"이라며 '오판'을 경고했다. "미국과 북한 간 긴장이 비등점에 접근하고 있다(US-North Korea tensions approach boiling point)"(더 힐) 등 미국 내 위기감을 의식한 발언이기도 하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둘째는 '하노이 스탠스'. 볼턴은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다시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북한이 돌아가 그들의 입장에 대해 재고한 뒤 다시 돌아와 '빅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하는 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다시 만날 순 있지만 그 전제 조건은 이미 미국이 북한에 건낸 '빅딜'을 수용해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일정이 정해진 건 아니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가야 할 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또 비핵화의 정의에 대해서도 "미 정부가 생각하는 북한 비핵화에는 처음부터 생화학 무기 제거도 포함돼 있었다"며 "이는 주한미군 때문에 중요하며 한국·일본에도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비핵화가 핵·미사일 문제에 한정되지 않고 대량살상무기(WMD) 전체를 포함한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으로, 미국의 일괄타결식 빅딜 접근을 북한에 거듭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미 국무부 고위관리가 발표한 '포스트 하노이' 정책 방향과도 대체로 유사하다.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한때 '단계적 해법'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듯 했던 미국의 협상 접근법이 '일괄타결'로 다시 '유턴'했음을 알 수 있다. '나쁜 협상(Bad deal)보다는 노 딜(No deal)'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 출연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10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 출연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마지막은 '트럼프-김정은'의 개인적 관계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개인적 관계에 자신있어 한다. 이런 관계를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했다. 여전히 두 정상 간 결단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톱다운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뜻이다.

본격적인 대선전에 조만간 돌입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시간은 우리 편이니 서둘러 '나쁜 협상'은 않겠다. 다만 내가 김정은과 개인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미국은 북한의 위협에서 벗어나 있다"란 방향으로 흐름을 잡아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NSC 보좌관. [연합뉴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NSC 보좌관. [연합뉴스]

한편 볼턴은 이날 동창리 위성 사진에 대해 북한에 (하노이 회담에서) 물었냐는 질문에 "아는 바가 없다. 다만 한국이 북한과 이야기했을 가능성은 있다"며 "내일 아침(현지시간·한국시간 11일 밤) 한국 측 카운터파트와 논의할 예정으로 이것(동창리)이 논의 주제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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