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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산, 물은 물' 내가 이 말하면 사람들이 비웃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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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권대욱의 산막일기(24)

산막에서 일하고 쓰고 말하고 노래하는 일상은 삶에 필요한 자양분을 충족시켜준다. [사진 권대욱]

산막에서 일하고 쓰고 말하고 노래하는 일상은 삶에 필요한 자양분을 충족시켜준다. [사진 권대욱]

산막에 자연이나 만남이나 놀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색이 있고 배움이 있으며 깨달음이 있다. 나의 모든 것. 일과 쓰고 말하고 노래하는 삶은 '북 스마트'가 아닌 '스트리트 스마트'를 지향하며 그에 필요한 자양분을 모두 이곳에서 얻고 재충전한다.

사람들이 묻는다. 아니, 말은 안 해도 묻고 싶을 거다. 나마저도 때로는 물어보고 싶은데 왜 아니겠나. 왜 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TV에 나가느냐고, 왜 그렇게 애쓰느냐고, 비운다 하면서 하루아침에 스러질 허명이 그리 좋으냐고, 일은 언제 하느냐고, 가만있으면 중간이나 갈 텐데 왜 그리 나대느냐고. 나도 궁금한데 다른 분들은 오죽하겠나. 그래서 내가 묻고 내가 답한다. 유명해지고 싶냐고? 그렇다. 나는 유명해 지고 싶다.

사람들이 알아봐 주고, 같이 사진 찍자고 하고, 사인해 달라 하면 기분이 좋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데, 유명해서 나쁠 건 없지 않은가. 그래서 유명해지기 위해 글을 쓰고 말하고 노래한다.

그러나 그냥 그뿐이라면 그건 그냥 그뿐일 뿐, 아쉽고 허무하다. ‘Over and Beyond.’ 그 너머(over)와 그 뒤(beyond)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렇다. 한마디로 그 모든 이유를 정리하자면, 나는 울림 있는 이름있는 사람이 되어 울림으로 널리 알리고 나누고 싶다.

울림통을 키우려면

울림.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울림이 있을까. 복잡할 것 없다. 간단하다. 어떤 사람의 말에 울림이 있으려면 그 자신의 울림통을 키울 일이다. 그 울림통은 그 사람의 정신과 행동과 일생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는 성철스님의 말씀이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은 지극히 당연하고 간결하지만 큰 울림이 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나 소로의 사상 또한 울림이 깊다.

그러나 나 같은 사람이 그런 말을 한다면 과연 그런 울림이 있을까. 울림은커녕 비웃음뿐일 것이다. 그분들의 말씀과 행동이 그런 울림이 있는 이유는 그분들의 일생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평생을 장좌불와(長坐不臥)로 수행하고 삼천배를 하지 않으면 친견(親見)을 허용하지 않은 엄중한 삶이었기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 것’이고, 평생을 경계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몸으로 실천하고 무소유를 실천하신 분이기에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비워라’인 것이다.

나는 울림통을 키우기 위해 새벽 걷기, 깊은 성찰, 글 쓰기, 회사 경영, 합창단과 유엔 방문 등을 하고 있다. [사진 권대욱]

나는 울림통을 키우기 위해 새벽 걷기, 깊은 성찰, 글 쓰기, 회사 경영, 합창단과 유엔 방문 등을 하고 있다. [사진 권대욱]

그렇다. 감히 비교되겠느냐마는, 내가 새벽 걷기를 하고 생각을 깊이 하며, 매일 글을 쓰고 실패에 맞서 회사를 경영하고, 합창단을 이끌고 유엔을 다녀오고, 세계로 가자 하고, 책을 쓰는 이유는 바로 나의 울림통을 키우기 위함이다. 미디어와 인터뷰하고 강연을 하는 이유는 그 울림을 효율적으로 확장하기 위함이다. 울림통을 키워 무얼 하겠냐고. 그것은 내가 이 세상에 나온 목적, 소명과도 관계있다.

대충 70~80년 살다 돌아오라 던져졌을 것 같지는 않다. 무언가 내가 이 세상에 보내진 분명한 목적이 있을 거란 생각이다. 나는 그것이 실천하는 삶과 울림 있는 강연과 쓰고 노래하는 활동을 통해 이 사회에 미력하지만 자그마한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라 믿는다. 이것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또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라 믿는다.

무엇을 말하려는 것이냐고? 삶과 꿈, 행복 경영, 나를 잡아주는 마음 기둥, 내가 있으므로 이 세상을 조금이나마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는 일, 내가 살아오며 해보니 정말 좋았던 것, 아쉬웠던 것, 이런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나누고 싶은 것이다. 평생 경영자이다 보니, 나누되 이왕이면 보다 효율적으로 나누고 싶은 것이다.

삶은 유한하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나는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삶을 살기로 했다. 그리고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찾기로 했다. [사진 권대욱]

삶은 유한하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나는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삶을 살기로 했다. 그리고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찾기로 했다. [사진 권대욱]

유한한 자원과 시간 속에서 미디어만큼 효율적인 수단이 있을까. 내가 페이스북을 하고 미디어에 주목하는 이유다.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는 것, 그리하여 이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존재하는 이유요, 소명이라 믿기에 부끄러움도 주저함도 없다. 나는 이렇게 하고 있다가 아니라 나도 함께 그렇게 할 것이기에 용기를 낼 수 있다.

평생을 판에 박힌 그렇고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반듯하고 모범적이며 예측 가능하고 사회적 규범과 윤리, 타인의 시선을 끝없이 의식하는 삶. 원하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살아와야 했던 그런 세월이 있었다. 아주 오래였다. 언제부턴가 과연 이것이 내가 진정 원하던 삶인가 회의하고 의심하기 시작했고, 그리하여 이건 아니다 깨달았고 벗어나려 애써왔다.

그 결과가 쓰·말·노요, 디스커버리며 프로 에이징이며 청춘합창단과 재즈페스티벌이었다 믿는다. 마이송 마이웨이 프로젝트와 영화와 유엔과 보ᆞ세ᆞ나와 산막 스쿨과 무경계적 삶이 다 그런 모습 아니겠나 싶다. 이 모든 애씀을 관통하는 하나의 정신은 한마디로 자유요, 나만의 삶이었고, 추구하는 궁극은 공헌하고 기여하는 가치 있는 삶 아니겠나 싶다.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믿음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이순(耳順)을 넘어 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로 향하는 이 나이에도 진정 나로서 살지 못한다면 나는 과연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나로서만 살면 그건 또 무엇인가 말이다. 더불어 내가 되고 함께하는 삶이 아름답지 않겠는가. 그러니 선ᆞ호ᆞ역이 잊힐 리 있겠으며 행복경영과 통일이 어찌 화두가 되지 않겠는가. 자유와 공헌. 이 둘이 양립될 수 없는 가치라 믿는 것은 통념일 뿐이다. 나는 통념을 깨고 싶다. 오늘도 생각이 깊어진다.

권대욱 ㈜휴넷 회장·청춘합장단 단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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