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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부인 이순자씨와 광주재판 출석하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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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가 2015년 10월 모교인 대구공고에서 열린 총동문회 체육대회에 참석할 당시 모습. 오른쪽은 고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장이'로 비난한 전두환 회고록. [중앙포토]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가 2015년 10월 모교인 대구공고에서 열린 총동문회 체육대회에 참석할 당시 모습. 오른쪽은 고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장이'로 비난한 전두환 회고록. [중앙포토]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오는 11일 광주에서 열리는 재판에 부인 이순자(80)씨와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광주지법 재판…부인 이씨와 동석 신청 #지난해 5월 기소 후 10개월만…2번은 불출석 #법원 강제구인장에 ‘5·18망언’ 공분 의식한듯 #“조비오 신부, 거짓말장이” 회고록 썼다 피소

7일 광주지검에 따르면 11일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리는 재판에 전 전 대통령이 출석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조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지 10개월여 만이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 측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출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그는 알츠하이머와 독감 등을 이유로 두 차례에 걸쳐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전씨의 법률 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독감 등 사정으로 재판에 출석할 수 없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재판 당일 부인인 이씨의 법정 동석 신청도 해놓은 상태다. 그는 재판 당일 오전 이씨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서울에서 광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전두환 전 대통령. [중앙포토]

전두환 전 대통령. [중앙포토]

광주지법은 재판 당일 경찰기동대 80명을 법정 안팎에 배치해줄 것을 경찰 측에 요청한 상태다. 검찰도 오는 8일 담당 검사를 서울로 보내 전 전 대통령을 경호할 경찰 측과 광주이동 동선 등을 협의한다. 이날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추첨배정 65석과 우선배정 38석 등 참관인원이 103명으로 제한된다.

그동안 법조계 안팎에선 전 전 대통령이 이날 재판에 출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광주지법이 지난 1월 재판 당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 구인장을 발부한 데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 이후 국민적 공분도 커지고 있어서다. 그는 “알츠하이머 앓고 있다”면서도 지난해 말 부부 동반 골프를 친 게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쓴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했다.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이뤄진 광주 전일빌딩 앞을 헬기가 날고 있다. [중앙포토]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이뤄진 광주 전일빌딩 앞을 헬기가 날고 있다. [중앙포토]

이에 5·19 관련 단체와 유족들은 2017년 4월 전 전 대통령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기소된 이후로도 5월과 7월·10월·올해 1월까지 수차례 재판 연기 신청과 재판 관할지 다툼을 벌이며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전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 전 대통령은 이번 재판에 출석할 것이고, 재판의 본론에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회고록 내 ‘거짓말장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조비오 신부님이 헬기사격을 봤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거짓말쟁이’라는 표현을 했고 ‘사탄’이라는 표현은 피터슨 목사에게 한 것”이라고 했다. 고(故) 아놀드 피터슨 목사는 5·18 당시 군부대의 헬기사격 사진 등을 찍은 인물이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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