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금감원 직원에 경찰권 부여…'5%룰' 완화해 국민연금 등 영향력 확대

중앙일보

입력

올해 안에 금융감독원 직원들을 특별사법경찰(특사경)로 지정해 주가조작이나 내부자거래 등 증시 불공정거래의 수사권을 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감원 직원은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이어서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이른바 '5%룰'로 불리는 공시 의무는 완화된다. 국민연금 등 투자자들이 상장사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는 7일 이런 내용의 '2019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특사경은 경찰권을 가진 행정 공무원으로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지정하는 게 원칙이다.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으며 영장 신청 및 집행, 검찰 송치 등 경찰 업무를 수행한다. 금감원 직원은 2015년 사법경찰관법이 개정되면서 특사경 추천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관의 단속 현장 모습. [중앙포토]

서울시 특별사법경찰관의 단속 현장 모습. [중앙포토]

손영채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구체적인 특사경 시행 방안을 만들어보라는 지난해 국회 요청에 따라 검찰·금감원·금융위 등이 합의안을 만들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민간인(금감원 직원)에 의해 공권력이 오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협의가 길어졌으나 이제 막바지 단계까지 왔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또 '5%룰'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고치기로 했다. 투자자들이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려면 사전에 공시를 해야 하는데, 이런 공시 의무를 완화하는 게 금융위의 정책 방향이다.

그만큼 기업 경영에 국민연금이나 기관 투자가의 영향력이 커진다. 반면 경영자들은 '경영 간섭'으로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는 앞으로 상장사의 주주총회 일정을 투자자들에게 최대한 일찍 알리고(현재는 2주 전), 주총 이전에 사업보고서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상장사 주총 일정이 3월 말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주총 분산개최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네덜란드 연금 운용사인 APG 박유경 이사가 지난해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덜란드 연금 운용사인 APG 박유경 이사가 지난해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장사의 공시 의무는 강화한다. 기업에 불리한 정보를 밤늦은 시간이나 공휴일에 알리는 '올빼미 공시'에 대해선 해당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투자자들에게 같은 내용을 다시 알리는 재공시도 요구하기로 했다.

현재 자율 사항인 기업지배구조 공시를 올해부터 총자산 2조원 이상인 모든 코스피 상장사에 의무 적용한다.

등기이사에 대한 보수 공시도 확대한다. 현재는 주총에서 한도 총액만 승인하지만, 앞으로는 실제 지급된 보수가 얼마인지도 공개해야 한다. 상장사는 공시 부담이 늘지만 투자자는 의결권 행사의 근거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취지다.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는 확대한다. 여러 중소기업의 회사채를 묶어서 만든 채권담보부증권(P-CBO)는 추가 발행한다. 필요한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등장했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부활시키는 방안도 검토한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채권시장안정펀드나 P-CBO 등은 자금시장이 특별히 불안정하고 회사채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현재로썬 쉽게 언급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