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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정원장 "영변 원자로 중단, 우라늄 농축은 정상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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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국가정보원장이 5일 열린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서 “북한의 영변 5㎿ 원자로는 작년 말부터 중단돼 재처리시설은 현재 가동 징후가 없지만, 우라늄 농축 시설은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담회 이후 여야 간사는 브리핑에서 이 발언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제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일부 언론과 연구기관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적은 있지만, 한국 정부가 확인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정보위원은 6일 “서 원장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재가동된 것은 아니고, 회담 전부터 정상적으로 가동되어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놀란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4일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발표한 분기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2차 북·미정상회담 중에도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한 징후가 있다”고 보도했다.

우라늄 농축은 핵무기를 제조하기 위한 핵심 단계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농축 우라늄만 확보하고 있으면 영변 핵시설을 폭파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단기간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계속하는 한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 회의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과 정보기관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 이외 지역에서도 고농축 우라늄을 연간 80㎏ 정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영변 핵시설의 비중은 북한의 전체 핵시설의 50~80% 정도로 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후 친교 만찬하는 모습.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후 친교 만찬하는 모습. [노동신문=뉴스1]

이 외에도 국정원은 5일 간담회에서 북한의 대표적 군사 연구시설인 평양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에서 특이한 움직임을 포착했다고 보고했다. 야당 측 한 정보위원에 따르면 서 원장은 “평양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에서 물자 운송용 차량의 활동이 포착되고 있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와 관련해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평양 산음동 연구단지는 미국의 동부 해안까지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ICBM급 화성-15형을 비롯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2기를 생산한 가장 중요한 군사시설”이라며 “동창리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곳이지만 이곳은 미사일을 조립·생산하고 테스트하는 곳인만큼 중요성을 따진다면 동창리보다 상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내놓은 ‘영변 핵시설+α’ 리스트에도 산음동의 ICBM 관련 시설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 평양 산음동 종합연구단지 관련 사진 [사진=한국국방안보포럼]

북한 평양 산음동 종합연구단지 관련 사진 [사진=한국국방안보포럼]

지난해 7월 워싱턴포스트는 익명의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평양 산음동의 한 무기공장에서 액체연료를 쓰는 ICBM을 제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인 비핵화 대신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 관련 시설 폐쇄와 금강산 관광사업 및 개성공단 재개를 주고받는 ‘스몰 딜’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을 정도로 미국은 산음동 시설을 요주의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신 국장은 “북한은 과거에도 겉으로는 평화 모드를 앞세워 협상에 나서면서도 뒤로는 핵이나 미사일 개발을 결코 중단한 적이 없다”며 “정부가 그동안의 분위기에 취해 북한이 즐겨 써온 화전 양면전술을 간과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유성운ㆍ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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