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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업체 경쟁시키니 음식 재료 더 좋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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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동산중의 급식 메뉴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다. 유씨가 모니터링 삼아 학생들의 식판을 찍어서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사진이'다음'게시판에 게재되면서다. 조회 수가 5만7000여 회에 이른다. "이 학교로 전학을 가고 싶다""선생님이 먹는 급식 같다"는 등 댓글도 이어졌다.

◆ 학생 제일주의=유씨는 "학생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모든 것이 간단하다"고 말한다. 동산중에서는 반조리된 음식재료는 거의 쓰지 않는다. 원재료의 상태와 조리과정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손이 더 가더라도 쇠고기를 직접 갈아서 스테이크를 만드는 식이다. 껍질을 벗긴 삶은 달걀을 무더기로 납품받는 일부 학교와는 대조된다. 통조림은 유통기간이 지나지 않았어도 반드시 개봉해서 내용물을 확인한다.

조리 시간도 배식 10여 분 전에 끝나도록 관리한다. 유씨는"조리 후 바로 먹어야 맛도 좋고 식중독 위험도 줄일 수 있다"며 "조리 실명제를 하기 때문에 조리사의 책임감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학부모 문재원(44)씨는 "급식을 먹어봤는데 집에서 먹는 것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 제도.시설 정비=동산중은 1, 2학년만 있는 신설학교다. 새로 지었기 때문에 그만큼 급식 시설도 좋고 깔끔하다. 통풍이 잘 돼 조리실 온도를 규정(28도) 이하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래된 학교들은 대부분 임시건물에 조리.급식시설을 설치한다. 온도 관리도 어렵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급식소로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이 학교는 식당 좌석이 288개나 된다. 전교생 440명이 순차적으로 식사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식당이 있는 학교의 39%는 학생들이 두서너 개 조로 나눠서 점심을 먹어야 한다. 빨리 먹도록 채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동산중에선 또 교사와 학생이 함께 식사를 한다. 일부 위탁 급식업체의 경우는 교사와 학생이 별도 공간에서 밥을 먹거나 메뉴도 다르다.

학부모나 학교운영위원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학교운영위원인 석일 목사는 "한 달에 한두 번 불시에 찾아가 조리실과 창고 등을 둘러보고 밥도 먹어 본다"고 말했다. 석 목사는 지난해 1월 결식아동에게 제공되는 부실 도시락을 언론에 공개했던 인물이다.

◆ 납품업체 관리=이 학교의 급식비는 한 끼에 2250원이다. 이 중 1460원이 식품비고 나머지는 인건비 등으로 쓰인다. CJ푸드시스템의 급식 단가(2400~2700원)보다 싸다. 유씨는 싸면서 위생적인 급식을 하려면 발로 뛰는 현장 점검과 납품 업체 간 경쟁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산중의 경우 영양교사와 학부모 대표 등이 6개월마다 납품업체를 찾아가 현장 점검을 한 뒤 상위 3개 업체에만 입찰자격을 준다. 2주 단위로 입찰을 하기 때문에 입찰자격을 딴 3개 업체도 품질 관리를 게을리하기 어렵다. 유씨는 "3곳 정도가 경쟁해야 납품업체 간 담합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석 목사는 "저가 입찰이 원칙이지만 닭 등 일부 품목은 가격보다 위생에 중점을 두고 납품업체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학교는 형식적인 입찰을 해 사실상 한 개 업체가 독점 공급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 서울시내 한 교장은 납품업체에서 9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유씨는"하루치만 납품 받아 당일 모두 소비하고 냉장고를 비워두는 것이 가장 좋은 위생 관리"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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