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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볼모로 어떻게 이럴수가…” 개학 연기에 학부모들 분통

중앙일보

입력

사립유치원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개학을 연기하며 정부지침 반대 투쟁에 나선 가운데 4일 오전 충남 계룡시의 한 유치원이 문이 굳게 닫혀있다. 충남교육청은 이날 충남지역에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은 모두 43곳으로 해당 유치원은 수업을 진행하지는 않지만, 자체 돌봄 운영 체제를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스1]

사립유치원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개학을 연기하며 정부지침 반대 투쟁에 나선 가운데 4일 오전 충남 계룡시의 한 유치원이 문이 굳게 닫혀있다. 충남교육청은 이날 충남지역에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은 모두 43곳으로 해당 유치원은 수업을 진행하지는 않지만, 자체 돌봄 운영 체제를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스1]

전국적으로 일부 사립유치원이 4일 개학을 연기하자 학부모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시·도 교육청은 인력을 급파해 현장을 점검하는 동시에 개학 연기 유치원에 법적 대응을 밝혔다.

전국에서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 사태 #학부모 “메시지 달랑 두 통 받았다” #제주·광주 등 일부에선 정상 운영도

경북 포항에서는 이날 사립유치원 58곳 중 35곳이 개학을 연기하면서 유아 4537명이 갈 곳이 없어졌다. 경북지역 227개 사립유치원 가운데 구미·칠곡·경산 등 대부분 지역 사립유치원들이 3일 개학연기를 철회하기도 했으나 포항에서만 개학연기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포항에선 자체돌봄 서비스를 운영하는 곳도 2곳뿐이어서 경북교육청은 유아들을 인근 국공립 유치원 등 임시돌봄 기관에 배치하고 있다.

사립유치원들이 개학을 연기하면서 교육청 직원들이 현황파악 및 대응에 분주하다. 신진호 기자

사립유치원들이 개학을 연기하면서 교육청 직원들이 현황파악 및 대응에 분주하다. 신진호 기자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포항의 한 맘카페에서는 “문자만 달랑 보내고 전화를 해도 받질 않는다”, “아이를 돌보는 사람들이 아이를 볼모로 어떻게 이럴 수 있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학부모 김은정(35)씨는 “다시 개원한다고 해도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설레는 맘을 안고 첫 등원을 해야 했을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국민청원게시판에도 학부모들의 항의 글이 쏟아졌다. 한 학부모는 “입학일 이틀을 남겨두고 (개학을 연기한다는) 메시지 두통이 도착했다”며 “왜 이렇게 문제가 자꾸 생기는지 애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는 항상 불안하기만 하다”는 글을 올렸다.

교육부는 지난 3일 전국 381곳의 사립유치원이 개학을 연기할 것으로 예상했다. 4일 일부 유치원은 개학 연기를 철회하기도 했으나 대부분 예정대로 문을 열지 않았다. 대구에서는 236곳 중 58곳이 개학을 연기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 4일에는 15곳이 개학 연기를 철회해 43곳만 문을 열지 않았다.

충남은 125곳 가운데 43곳이 개학을 하지 않았다. 천안이 27곳으로 가장 많고 아산 15곳, 계룡 1곳 등이다. 5일 개학 예정인 천안지역 6개 유치원은 연기 여부를 묻는 교육청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있어 개학 연기 유치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부산에서는 사립유치원 290곳 중 개학연기에 동참한 유치원은 34곳으로 집계됐다. 응답하지 않은 곳도 31곳이다. 경남은 사립유치원 258곳 중 34%인 84곳이 개학 연기 방침을 밝혔다. 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4곳을 더하면 모두 88곳에서 개학 연기를 한 것으로 경남교육청은 추정하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일부 회원들이 무기한 개학연기에 들어간 4일 오전 서울 노원구의 한 사립유치원으로 아동들이 등원을 하고 있다. 해당 유치원은 지난밤 무기한 개학연기를 취소했다. [뉴스1]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일부 회원들이 무기한 개학연기에 들어간 4일 오전 서울 노원구의 한 사립유치원으로 아동들이 등원을 하고 있다. 해당 유치원은 지난밤 무기한 개학연기를 취소했다. [뉴스1]

다만 포항 지역을 제외한 개학 연기 유치원 대부분이 차량을 운영하지 않으면서도 급식을 포함한 돌봄서비스는 제공하는 ‘편법 개학 연기’를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큰 보육 대란은 없는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일부 사립유치원은 개학 연기를 철회하거나 개학 연기를 미루기도 했다. 개학 직전인 3일 오후 한국유치원 총연합회 광주지회는 개학 연기 방침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이날 개학하기로 한 유치원이 모두 정상적으로 운영해 보육 대란을 피할 수 있었다. 전남에서도 사립유치원 전체 104곳 중 103곳이 정상 개원했다. 여수의 한 유치원은 개학일을 오는 7일로 연기했다.

제주도 내 사립유치원 21곳도 개학 연기에 동참하지 않는 분위기다. 제주도교육청은 한국유치원 총연합회의 개학 연기에 동참하는 유치원이 없다고 이날 밝혔다. 제주도 내 사립유치원 21곳 중 한라유치원은 지난 2일 개학했고, 제주영락유치원 등 나머지 20곳은 4일 예정대로 문을 열었다.

개학을 연기한 사립유치원이 있는 시·도 교육청은 교육지원청, 지자체, 경찰서 직원들로 구성된 지원팀을 급파해 현황 조사에 나서는 한편 아이들이 교육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공립유치원 등에 배치했다.

학부모와 시·도 교육청 측은 개학을 연기한 사립 유치원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다. 17개 시·도 학부모로 구성된 전국유치원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아이를 볼모로 한 집단행동에 분노를 느낀다”며 “형사 고발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철 충남 교육감은 이날 오전 10시 긴급 브리핑을 갖고 “개학을 하지 않은 사립유치원은 관련 법과 행정절차에 따라 시정 명령을 내리고 5일에도 문을 열지 않으면 고발 조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충남교육청은 이들 유치원을 대상으로 특별감사와 재정지원 중단 등의 조치를 검토 중이다.

경북교육청도 이날 개학 연기를 한 유치원에 시정 명령을 내린 뒤 철회하지 않으면 5일에는 형사고발 할 방침이다.

포항·천안·광주·제주·부산·진주=백경서·신진호·김호·최충일·이은지·위성욱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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