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너무 강하다" 트럼프, 다시 Fed 맹공…이달 금리 인상 없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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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를 맹렬히 비판하고 나섰다. "달러가 너무 강하다"고 불만을 표시했고, 제롬 파월 Fed 의장을 지칭해 "금리 올리기 좋아하는 그 신사분"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Fed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순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일 메릴랜드주 연설에서 Fed 공격 #"금리 올리기 좋아하는 그 신사분" #지난해 "美 경제 유일한 문제는 Fed" #3월FOMC서 금리 동결 전문가 예상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설에서 "나는 강한 달러를 원한다. 우리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하는 달러를 원하지, 우리가 다른 나라와 사업을 하거나 그들의 사업을 가져오는 것을 방해할 정도로 너무 강한 달러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달러 강세가 미국 경제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Fed가 금리를 인상하고 긴축 정책을 지속하면서 미국 경제 성장 속도가 느려졌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지난해 4분기에 2.6%(연율) 성장했다. 전문가 전망치는 웃돌았지만, 지난해 2분기 4.2%, 3분기 3.4%에 이어 하향 추세가 뚜렷해졌다. 이에 대한 책임을 Fed에게 돌리는 셈이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연간으로 2.9% 성장하며 선방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성장률 3%는 넘기지 못했다.

달러 인덱스(유로·엔·파운드 등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는 지난 1일 96.527로, 3거래일째 올랐다. 달러 인덱스가 오르면 미 달러 가치가 오른다는 뜻이다. 지난해 4월 이후 90 이상을 기록하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EPA=연합뉴스]

이 연설에서 트럼프는 파월 의장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금리 인상하기 좋아하고, 양적 긴축을 사랑하고, 매우 강한 달러를 좋아하는 신사분이 Fed에 있다"고 말했다. 달러 강세의 배후로 Fed를 지목한 것이다.

트럼프는 "금리를 올리지 않고, 양적 긴축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해보라"면서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달러 가치가 더 낮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달러 정책 때문에 경제 성장이 약했다고 비판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 경제가 저조하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성공하기 더 어려운 여건임에도 미국은 전에 없는 호황을 맞았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Fed와 파월 의장을 비난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미국 증시가 급락을 거듭하자 "Fed가 실수하고 있다" "Fed가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9월 Fed가 금리를 올린 여파로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했다는 취지였다.

급기야 지난해 1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Fed 의장을 임기 중 경질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인 12월 24일에 트럼프는 "우리 경제의 유일한 문제는 Fed이다"라는 트윗을 올렸다.

Fed는 지난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모두 4차례나 올렸지만, 올해 들어서는 한 차례도 인상하지 않았다. 지난 1월 통화정책회의(FOMC)에서 금리를 2.25~2.5%로 유지했다. 오는 19~20일 Fed는 FOMC를 개최한다. 경제 전문가 대부분이 금리 동결을 예상한다.

미국 경제 침체 신호가 조금씩 나오자 Fed가 통화 완화적 태도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최근 금리 인상에 있어서 "인내심"을 강조하고 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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