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운동 마케팅에 힘쏟는 여당…남북간 인식차는 극복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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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네 번째), 홍영표 원내대표 등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3·1 독립선언 낭독 및 만세 재현 행사를 갖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 뒷 배경은 독립선언문. 변선구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네 번째), 홍영표 원내대표 등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3·1 독립선언 낭독 및 만세 재현 행사를 갖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 뒷 배경은 독립선언문. 변선구 기자

3ㆍ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여권이 연일 3ㆍ1운동의 의미를 부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극장에서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를 관람했다. 이 영화는 유관순 열사가 3ㆍ1운동으로 일제에 붙잡힌 뒤 서대문 형무소 8호실에서 보낸 1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독립유공자협회에 방문해 조영진 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독립유공자협회에 방문해 조영진 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만세 삼창, 독립선언서 필사…

이 대표는 이날 영화 관람에 앞서 열린 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에서 “유관순 열사만큼 독립운동을 치열하게 하셨던 분 중 아직도 3등급으로 분류된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에 대한 예우를 다시 검토하는 계기를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독립장(3등급)만 추서된 유관순 열사에게 대한민국장(1등급)을 추서하기로 의결했다.

이 대표는 전날에는 서울 마포구 독립유공자복지회관을 방문해 독립유공자들을 만났다. 이 대표는 27일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독립유공자를 정부가 그동안 소홀히 하지 않았는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독립유공자복지회관을 방문한 소회를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5일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3ㆍ1운동 만세 삼창을 재현했고, 의원들은 최근 ‘3ㆍ1 독립선언서 필사 챌린지’를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하며 3ㆍ1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3.1혁명과 대한민국의 탄생' 3·1절 100주년기념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3.1혁명과 대한민국의 탄생' 3·1절 100주년기념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3ㆍ1운동→3ㆍ1혁명→촛불혁명

민주당이 3ㆍ1‘운동’을 3ㆍ1‘혁명’으로 바꿔 부르는 작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이날 ‘왜 3ㆍ1혁명인가’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했다. 박주민ㆍ박광온 최고위원 등은 동영상에 출연해 임시정부 당시에도 ‘3ㆍ1대혁명’이라고 불렀다는 점 등을 이유로 ‘3ㆍ1혁명’이라고 부르는 게 바르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도 지난 22일 민주당 3ㆍ1운동-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3ㆍ1운동을 혁명이라고 명명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저도 혁명이라고 명명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최근 여권의 이런 행보의 배경엔 3ㆍ1운동과 촛불혁명의 관계를 부각해 현 정부 탄생의 역사성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3ㆍ1운동의 의미를 강조해 3ㆍ1혁명으로 격상한 뒤 3ㆍ1혁명과 촛불혁명을 병치하려는 시나리오란 것이다.

이런 의도는 이 대표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3ㆍ1혁명을 이끈 자유민주청년정신은 4ㆍ19혁명과 부마항쟁, 5ㆍ18민주화운동과 6월항쟁, 촛불혁명으로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촛불혁명의 정신은 3ㆍ1운동에서 시작됐다는 의미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에서 “3ㆍ1운동은 100년 전 선조들이 벌였던 촛불혁명이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왜 공동행사 거절했나?

여당과 정부는 3ㆍ1운동 100주년 행사를 북한과 공동으로 개최해 이를 계기로 남북의 역사적 동질성을 부각할 계획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북한의 거절로 공동행사 개최는 무산됐다.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정책토론회 ‘남북공동 독립운동 연구, 어떻게 할 것인가’에 참석해 “남북 간에는 3ㆍ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을 둘러싸고 독립운동에 대한 견해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남북이) 속으로는 역사 인식에 대한 차이가 (있지만) 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건국의 뿌리를 임시정부로 보면서 동시에 그 수립 계기를 3ㆍ1운동으로 본다. 반면 북한은 건국의 시작이 김일성이 주도한 항일무장투쟁이라고 주장한다. 북한 대외 선전 매체 ‘메아리’는 지난 22일 “3ㆍ1운동은 사대주의를 철저히 배격하고 자체의 혁명 역량을 튼튼히 꾸려야 한다는 심각한 교훈을 남겼다”며 3ㆍ1운동을 ‘실패한 봉기’로 규정했다.

김경희ㆍ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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