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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벤츠 오너 늘어나니 고급유 잘나가네...지난해 판매 사상 최대

중앙일보

입력

고급휘발유를 판매 중인 서울의 한 주유소. [뉴스1]

고급휘발유를 판매 중인 서울의 한 주유소. [뉴스1]

서울 용산에 거주하는 이모(42)씨는 2015년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차량을 사고 지금까지 고급휘발유만 주유하고 있다. 차량이 제 성능을 발휘하게 하려고 제조사에서 고급휘발유를 권장하고 있어서다. 이씨는 연평균 차량 주행도 그리 길지 않아 부담 없이 고급휘발유를 사용하고 있다.

서울에 사는 박모씨(40)도 '고급유 클럽'이다. 2017년 BMW 320i 차량을 구입한 이후 고급휘발유만 고집하고 있다. 박씨는 "차량의 출력과 연비를 높이기 위해 옥탄가가 높은 고급휘발유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고급휘발유를 선호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에 고급휘발유 일일소비량이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24일 대한석유협회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고급휘발유 소비량이 111만 배럴(하루 3042배럴)에 달했다. 2017년과 비교해 16.3%나 수직 상승했다. 전체 휘발유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로 미미하지만, 석유통계가 작성된 1994년 이래 최고치다.

주유소마다 차이는 있지만 고급휘발유는 보통휘발유와 비교해 L당 350원 이상 비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고급휘발유 가격은 1L에 1700.42원, 보통휘발유는 1343.55원이다. 고급휘발유 사용량은 폭증한 데 반해 같은 기간 보통휘발유 소비량은 하루 7862만 배럴로 2017년보다 0.06% 소폭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급휘발유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상 옥탄가(RON) 94 이상 휘발유를 말한다. 옥탄가는 엔진 내부 연료의 조기착화로 발생하는 '노킹(knocking) 현상'에 대한 저항성을 나타낸 수치다. 옥탄가가 높은 고급휘발유일수록 쉽게 불이 붙지 않아 소음을 줄일 수 있다. 고급유를 사용하면 높은 출력과 안정적인 승차감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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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휘발유 사용량 증가 배경엔 수입차 판매량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입 휘발유 차량 대부분이 옥탄가 95 이상의 고급휘발유 사용을 권고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 가파르게 올랐다. 2000년 4414대(점유율 0.4%)에 불과했던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 26만 705대(16.7%)로 18년 만에 20배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1억원이 넘는 수입차는 전년보다 10.5% 늘어난 2만 6314대가 팔렸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에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국내 시장에서 E클래스를 3392대나 판매했다. K5 판매량(3287대)보다 많다.

정유사 관계자는 "고급휘발유 수요가 고급 대형 자동차에 한정된 상황에서 최근 수입차나 대형 승용차 판매 증대가 고급휘발유 수요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격차가 크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지난해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소비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38.8%)로 나타났다. 서울 다음으로 경기(25.0%), 부산(6.1%), 인천(4.9%) 순으로 나타나 지역별 격차가 심하게 벌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 25개 구 내에서도 강남구가 28.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서초구(21.5%), 송파구(7.5%), 용산구(4.7%) 순으로 집계돼 이른바 '강남 3구'와 인근 지역에 고급휘발유 소비가 집중됐다. 서울에서 고급휘발유를 가장 적게 소비하는 지역은 강북구로 0.4%에 불과했다. 고급휘발유는 국산차보다는 주로 고급 수입차 운전자가 사용한다는 점이 지역별 소비량 편차가 벌어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고급휘발유는 옥탄가가 높아 엔진 출력 저하나 엔진 고장 등을 일으키는 노킹 문제에 저항하는 능력이 높고, 소음과 진동이 줄어 승차감이 개선될 수 있다”며 “국내 정유사는 옥탄가 100 수준의 고품질 고급휘발유를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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