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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20대 지지율 하락하자···설훈 "MB·朴 정부 교육 탓"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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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뉴스1]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뉴스1]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설훈 의원이 설화(舌禍)에 휘말렸다. 설 의원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30대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민주주의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지난 21일 폴리뉴스 보도에 따르면 설 의원은 “20~30대가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 그때 제대로 된 교육이 됐을까 이런 생각을 먼저 한다”며 “저를 되돌아보면 저는 민주주의 교육을 잘 받은 세대였다고 본다. 저는 유신 이전에 학교 교육을 거의 마쳤다”고 말했다. 젠더 갈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하면서 “조심스런 추측이다. 복잡한 현상임에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젊은층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형적인 꼰대 마인드” “지지율 하락에 대한 반성은 없고 국민 탓만 한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내에서도 “잠잠하다 한 번씩 지지율 악재가 터지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설 의원은 22일 세종 예산정책협의회 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교육이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20대가 독특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교육환경이 다르기 때문일 거라는 말”이라며 “이게 기사거리인가, 그렇게 한가한가”라고 반문했다. 설 의원은 “나는 정확하게 민주주의 교육을 받아 유신이 틀렸다는 걸 알지만, 지금 연세가 많은 분들은 정확히 민주주의 교육을 받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노인 폄훼’ 논란이 될만한 발언도 덧붙였다.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지난달 2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조찬 간담회에서 강연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지난달 2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조찬 간담회에서 강연하는 모습. [연합뉴스]

여권에서 2030을 들끓게 한 발언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지난달 28일 ‘CEO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여기 앉아서 취직이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 하지 말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가보면 ‘해피 조선’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결국 사임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지난해 말 20대 남성 지지율 저조 현상에 대해 “여자들은 축구도 안 보고, ‘롤’(LOLㆍ온라인 게임)도 안 하고 공부해서 (남자들이) 모든 면에서 불리하다”고 말해 반발을 샀다.

야당은 즉각 비판 논평을 냈다. 장능인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5ㆍ18 유공자인 설 의원이 ‘2030세대 문재인 정권 지지가 굳건하지 않은 이유는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라는 취지의 역대급 망발을 했다”며 “민주당은 2030 세대를 모욕한 설 의원을 제명하고 국민께 사과하라”고 말했다. 김형구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도 “국민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그렇다면 최하위층 소득이 18% 감소했다는 통계청 발표는 잘못된 경제 교육 때문이냐”고 반문했다. 또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설 최고위원의 말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가 적폐정부이기 때문에 ‘적폐교육’을 받았고, 지금 20대들은 적폐세력이라는 이야기 아니냐”며 “민주당은 청년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꼰대정당”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설 의원은 출입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젊은 세대를 겨냥해 지적하고자 한 게 아니라 교육이 인간의 의식과 사고를 규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2030 지지율 하락) 원인의 한 측면에서 교육 환경과 정책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며 “오해를 불러 일으켜 상처가 된 분들이 있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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