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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표, 대선 경선 2위에 자리 양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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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7.11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4선의 한나라당 이규택(경기 이천-여주.사진) 의원이 28일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내년에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2위를 차지한 대선 경선 후보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당대회에서 새로 뽑힐 당 대표는 대선 후보가 결정될 때까지인 약 1년만 당을 맡아야 한다는 '제한 역할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2007년 대선 때까지 당이 힘을 합쳐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모두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당 대표가 되면 사심을 버리고 대선 경선을 이끈 뒤 후보가 결정되는 즉시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후보에게 당권을 넘겨줄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 중 한 명이 대선 후보가 되면 나머지 두 사람 중 한 명이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렇게 되면 대선 경선 2위 후보도 당 대표로서 2008년 총선의 공천을 책임지게 돼 대권과 당권이 조화를 이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새 당 대표가 자신의 역할에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공정한 경선 관리가 어려워진다"며 "그러면 대선 경선 후 당이 분열하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 대표의 역할을 '경선 관리'로만 축소하자는 것이다.

이 의원의 이런 제안은 "당 대표가 되면 당 밖으로 세력을 확대해 대선 승리를 이끌겠다"는 이재오 원내대표, 강재섭 의원 등의 '적극 역할론'과 확연히 다르다. 두 사람은 대선 후보 결정은 외부 인사 등으로 구성된 '경선 관리위원회'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27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전여옥 의원도 "대선 후보 경선 관리를 위한 원탁회의단을 구성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28일 충청권 단일후보로 결정된 강창희 전 의원은 임기는 채우되 자기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 '순수 관리형 대표'를 표방한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당내에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인제 후보가 경선에 불복하고 탈당하면서 정권을 빼앗겼던 악몽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새 당 대표의 대선 후보군 관리 방안이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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