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관 맞나요?”…113억 들여지은 기차역 전시관 ‘썰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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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상당구 중앙동에 문을 연 청주역 전시관과 도시재생허브센터 전경.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청주시 상당구 중앙동에 문을 연 청주역 전시관과 도시재생허브센터 전경. 프리랜서 김성태

2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중앙동에 있는 청주역 전시관. 이 시설은 1921년부터 47년 동안 청주의 관문역으로 있던 옛 청주역을 복원한 전시관이다. 역을 청주 외곽으로 옮긴 뒤 성매매 업소가 들어선 부지(2227㎡ )를 시가 사들여 2017년 12월 전시관을 세웠다. 외관은 옛 청주역과 똑같다.

구도심 활성화 목적 청주역 전시관 시민들 외면 #"건물만 덩그러니…볼거리 없는데 왜 가나" 불만 #118억 도시재생허브센터 1층 사무실도 빈공간 방치

전시관 안은 대합실에 난로와 조형물을 놓고, 충북선 열차 시간표를 걸어놔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대합실 옆 공간에는 옛 청주역 사진과 스크린, 전시물이 진열돼 있었다. 그러나 이날 1시간 동안 이 전시관을 찾은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전시관 근처에서 만난 주민 이모(75)씨는 “역사 건물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다른 볼거리가 없어서 한번 찾은 뒤로 가지 않는다”며 “비싼 돈을 들인 것에 비해 결과물이 형편이 없다”고 말했다.

청주시가 113억원을 들여 조성한 청주역 전시관이 예산 낭비 논란에 휩싸였다. 구도심 활성화와 역사 문화공간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전시관을 지었지만, 사람이 찾지 않는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

청주역전시관 내부에는 대합실과 전시실이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청주역전시관 내부에는 대합실과 전시실이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청주역 전시관은 200여 ㎡ 부지에 단층으로 조성된 작은 전시관이다. 시가 사들인 2000㎡ 규모 땅 중 약 10분의 1 정도만 건축물을 지었다. 나머지는 대리석을 깔아 광장으로 만들었다. 지하에는 118대의 차량이 들어올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전시관 주변으로 시청과 전통시장, 상가 거리가 있어 유동인구는 많은 편이다.

전시관 근처에서 50년째 세탁소를 운영 중인 박기성(70)씨는 “청주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청주역사를 선정해 전시관을 만든다는 발상부터가 잘못됐다”며 “옛 청주역은 유흥주점과 여인숙이 있는 평범한 기차역이었을 뿐 역사적 가치를 부여할 만한 장소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청주역과 관련된 이야깃거리가 부족하니 전시관이 허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전시관 안에는 옛날 직원 복장, 검표 가위, 기차표, 손전등, 디오라마 형식의 철도 모형 등 30여 가지의 전시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도시재생허브센터 1층 공간이 빈 공간으로 방치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해 7월 문을 연 도시재생허브센터 1층 공간이 빈 공간으로 방치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전시관을 다 지어놓고 1년이 지난 지난달 7일 개관식을 한 것도 주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전시관은 준공 후 지하주차장에 물이 새는 등 문제가 생겨서 1년이 넘도록 관람객 출입이 금지됐었다. 한 상인은 “늘 문이 닫혀 있어 개관식을 한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청주역 전시관 옆에 118억원을 들여 세운 도시재생허브센터 운영도 엉망이다. 이 시설은 중앙동 권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2683㎡ 부지에 지상 2층 건물로 지어졌다. 지난해 7월께 2층에 청주시 산하기관인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실이 들어선 것 외에 전혀 활용되지 않고 있다. 180석 규모의 공연장과 회의실이 있는 1층은 문이 잠겨있고 로비에는 커피숍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도시재생허브센터 1층 공간이 빈 공간으로 방치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해 7월 문을 연 도시재생허브센터 1층 공간이 빈 공간으로 방치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시는 건물 전체를 위탁 운영할 단체를 찾고 있지만, 수익성이 없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변종현 청주시 도시재생팀장은 “청주 중심 상권에 청주역 전시관을 짓다보니 건립비의 60% 이상이 보상비로 쓰여 예산이 많이 들었다”며 “도시재생허브센터 1층은 민간위탁자가 선정되기 전까지 중앙동 사회적협동조합이 3월부터 커피숍을 운영을 맡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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