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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청정국’ 위상 뒤흔드는 강남?…마약 의심 범죄 얼마나 발생하나

중앙일보

입력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14일 오후 마약 성범죄 및 경찰과의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강남구의 유명 클럽 ‘버닝썬’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후 관련 물품을 가지고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14일 오후 마약 성범죄 및 경찰과의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강남구의 유명 클럽 ‘버닝썬’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후 관련 물품을 가지고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클럽 버닝썬 사건' 이후 강남 일대에서 마약 관련 범죄 폭로가 쏟아져 나오면서, 강남이 '마약 범죄의 본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버닝썬의 마약 및 성범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강남 클럽 전반을 대상으로 수사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과연 강남이 서울 시내 다른 지역보다 마약과 마약 관련 성범죄가 많이 발생할까. 중앙일보는 서울 주요 거점 경찰서 10곳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독성화학과에 분석을 의뢰해 회신받은 사건 수를 비교해 봤다.

국과수의 마약분석 감정서는 법정에서 마약을 이용한 범죄의 최종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필수 서류다. 전문가들은 경찰서에서 의뢰한 감정 건수로 해당 관할 지역에서 발생하는 마약 의심 사건 수를 추정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마약분석 의뢰 강남서 압도적 1위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 가운데 주요 경찰서로 평가되는 영등포서·광진서·마포서·종로서·용산서·강서서 등 6개 경찰서와 강남서·수서서·서초서·송파서 등 강남 권역 경찰서 4곳 등 총 10개 경찰서가 최근 3개월(2018년 11월 1일~2019년 1월 31일) 동안 국과수 법독성화학과에 분석을 의뢰해 회보를 받은 건수를 확인한 결과, 강남경찰서가 105건으로 가장 많았다. 2위 강서서(48건)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마포서(43건)와 영등포서(39건)가 뒤를 이었다.

 서울 주요 거점 경찰서 10곳에서 최근 3개월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독성화학과에 분석을 의뢰해 회보받은 건수. 최근 마약 및 성범죄 의혹에 휩싸인 클럽 ‘버닝썬’을 비롯해 많은 유흥업소가 밀집한 강남경찰서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 주요 거점 경찰서 10곳에서 최근 3개월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독성화학과에 분석을 의뢰해 회보받은 건수. 최근 마약 및 성범죄 의혹에 휩싸인 클럽 ‘버닝썬’을 비롯해 많은 유흥업소가 밀집한 강남경찰서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송파서와 수서서가 37건으로 공동 5위였다. 강남 권역 4개 경찰서 가운데는 서초서를 제외한 3곳이 5위권 내에 들었다.

◇성범죄 관련된 ‘여성청소년과’ 비중이 50% 이상

수사 전문가에 따르면, 마약 분석은 주로 형사과·교통과·여성청소년과에서 의뢰한다. 형사과는 마약공급 및 유통, 강력범죄 관련 사건인 경우가 대다수고, 교통과는 혈중 알코올농도가 나오지 않은 운전자의 마약 및 신경정신과 약물 복용이 의심될 때 분석을 의뢰한다. 여성청소년과는 성범죄 수사에서 마약이 결합된 형태의 성범죄가 의심될 때 분석을 의뢰한다. 강남서의 경우 마약 분석을 의뢰한 수사 부서 가운데 성범죄를 전담하는 ‘여성청소년과’가 의뢰한 사건이 54%를 차지했다.

서울 주요 10개 경찰서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독성화학과에 분석을 의뢰한 사건 가운데 성범죄로 의심되는 ‘여성청소년과’ 사건의 비율. 빨간글씨는 여성청소년과 의뢰 건수가 전체 건수의 절반을 넘는 경찰서.

서울 주요 10개 경찰서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독성화학과에 분석을 의뢰한 사건 가운데 성범죄로 의심되는 ‘여성청소년과’ 사건의 비율. 빨간글씨는 여성청소년과 의뢰 건수가 전체 건수의 절반을 넘는 경찰서.

실제 강남이 아닌 지역에서 여청과의 마약분석 의뢰 비중이 높은 경찰서는 건대입구역 관할인 광진서(74%), 홍대 관할인 마포서(72%), 이태원 관할인 용산서(52%) 등이었다. 익명을 요청한 마약 범죄 연구전문가는 "마약의 종류가 진화하면서 세관에서 거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마약에 대한 단속기법 등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술집과 젊은이들이 많은 지역에서 주말 밤마다 (마약으로) 난장판이 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손을 쓰지 못하다 결국 이렇게까지 터진 것으로 보인다"며 "약물 자체도 문제지만 마약이 성범죄에 이용되는 상황이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유흥의 중심지=마약 본산'이 된 이유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마약류 사범은 증가 추세다. 최근에는 인터넷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기존 마약 전과가 있는 마약류 사범뿐만 아니라, 마약을 접한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도 국내외 마약류 공급자들과 쉽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마약류를 소비할 수 있게 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온라인을 통해 쉽게 구입한 마약을 클럽 등 유흥업소에서 전달받거나 투약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박준휘 형사정책연구원 법무사법개혁연구실장은 “지난 2005년쯤 한번 대대적으로 마약 단속에 나선 뒤 한동안 '마약청정국'이라고 좀 안심을 한 면이 있었고, 강력범죄 등 대인 범죄에 집중해온 측면도 있었다"며 "한동안 마약류 수사에 자원이 비교적 덜 투입되다 최근에서야 마약이 이슈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마약범죄 자체에 대한 수사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다영·김정연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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