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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교수 '무능한 집권세력' 또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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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장집(고려대 정외과.아세아문제연구소장.사진) 교수는 현 정부 들어 진보 학계에서 독특한 지위를 확보했다. 진보 학계의 좌장격임에도, 진보를 자처하는 현 정권의 정책과 행태를 잇따라 비판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내부 비판'이다.

그가 다시 회초리를 들었다. 5.31 지방선거에 참패한 여권의 반성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표현은 점잖지만 내용은 따끔하다. 그는 '현 집권세력(민주파)의 무능'을 지적했다. 이어 여권 일부에서 제기되는 개헌 논의에 대해 "정치의 실패에서 나온 문제를 정치 밖의 다른 수단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는 민주정치 발전에 역효과를 내기 쉽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29일 오전 10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가 주최하는 학술대회에서 기조발제를 맡았다. 주제는 '6월 민주항쟁과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

◆ '민주파' 도덕성 프리미엄 상실=최 교수의 '개헌 반대'는 5.31 지방선거 참패 원인 분석에서 출발한다. 그는 지방선거를 "현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진단은 집권세력에 대한 진보 진영의 애증(愛憎)을 압축해 보여준다.

최 교수는 "(집권세력이) 방대한 국가기구를 운영함에 미숙함과 무능함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또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민주파'들은 보수 정당과 아무 내용의 차이를 갖지 못하면서, 권력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민주적 정당성과 도덕성을 앞세우며 보수세력에 대항하는 반(反)보수세력의 통합을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민주파'가 주창해온 도덕적 프리미엄이 유지되기 힘들다는 비판이다. 그 이유에 대해 최 교수는 "보수적인 야당과 '민주파'들이 중심이 된 여당 간 경쟁이 비전.정책 면에서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야당과 여당의 비전.정책이 비슷하게 수렴되는 과정은 민주화 초기의 정당성이나 도덕성에 대한 프리미엄을 상실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극적인 참패는 상당한 임기를 남겨둔 대통령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며 "이는 지방선거 이후 여당 일각에서 헌법 개정같은 제도개혁을 제기하게 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같은 배경에서 나오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논의자체를 비판했다.

◆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필요=최 교수 연구의 화두는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다. '민주화'란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을 통해 확보한 절차적 민주주의를 말한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란 87년 이후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보다 충실하게 구현해가야 한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가 제대로 성취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의 가장 특징적인 변화는 신자유주의(시장의 효율성 강조) 가치가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사회의 출현"이라는 분석이다. 실질적 민주화는 부진했다는 진단이기도 하다. 최 교수는 민주화.민중운동의 관점이 강조된 '민주주의'를 역설해왔다. 그런 시각에서 새로운 비전을 갖춘 정당체제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현 집권세력의 '정치적 실패'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의 강연 이후 김상봉(전남대).김호기(연세대).손호철(서강대).안병욱(가톨릭대).이병천(강원대).이종오(명지대).정현백(성균관대) 교수 등의 종합토론이 이어진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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