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30세 여성이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고령운전자 안전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운전자 유모(96)씨는 지난해 이미 고령운전자 적성검사를 이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고에서 “기어를 드라이브에 놓은 줄 착각했다”고 진술하면서 고령운전자 적성검사 및 면허갱신 제도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기어 변속한 줄로 착각, 액셀 밟아” #작년 적성검사 통과 … 실효성 논란
13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20분쯤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운전자 유씨가 강남구 한 호텔 주차장에 진입하려다 벽을 들이받았다. 놀란 유씨는 차를 후진하다가 뒤에 있던 홍모(46)씨의 차랑 조수석 앞부분과 충돌하며 2차 사고를 냈다. 유씨는 사고 후에도 후진을 멈추지 못했고 결국 지나가던 여성 이모(30)씨까지 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호텔 주차장에 들어가다가 실수로 벽을 받은 뒤 놀라서 후진했는데 뒤에 있던 승용차와 충돌을 했다”며 “당황해서 기어를 드라이브로 변속한 줄 착각하고 액셀을 밟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씨를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 사고지만 피의자의 진술 및 상황을 고려해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일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고를 낸 유씨는 지난해 고령 운전자 적성검사를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부터 75세 이상 운전자는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면허 취득과 갱신이 가능하다.
도로교통공단 통계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13년 1만7천590건에서 2014년 2만275건, 2015년 2만3063건, 2016년 2만4429건, 2017년 2만6713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전체 교통사고 중 고령운전자 사고 점유율도 2014년 9%, 2015년 9.9%로 10%를 밑돌다 2016년 11%를 기록하며 처음 10%대에 진입했고, 2017년에는 12.3%로 높아졌다.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사회 문제화되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 1월 말까지 경찰에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한 운전자는 1만5528명이었다. 지방경찰청별로는 지자체 차원에서 제도를 시행한 부산이 5808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1986명, 경기남부 1686명, 경남 725명, 인천 634명 등 순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반납자는 대부분 고령운전자”라고 전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