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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의원 "일본에서 태어나 좋다…한국에선 대통령돼도 사형 체포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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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주범의 아들인 일왕(일본에선 천황)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블룸버그 인터뷰로 한ㆍ일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 정치인들이 문 의장을 비판한다는 명분으로 한국에 대한 막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문희상의장 발언 비판 명분으로 한국에 막말 #예산 다루는 중의원 예산위 석상에서 발언 #"종군기자,간호사는 있어도 종군위안부 없어" # 아베 "문 의장 발언 듣고 많은 국민들이 분노"

나카야마 야스히에 중의원 의원.[사진=나카야마 의원 트위터 캡쳐]

나카야마 야스히에 중의원 의원.[사진=나카야마 의원 트위터 캡쳐]

 일본 언론과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13일 중의원 예산위에서 자민당 나카야마 야스히데(中山泰秀·48) 의원은 문 의장 발언과 관련된 질의를 하며 "일본에서 태어나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평소에도 일본에서 태어나 좋다, 일본인이라서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만약 (내가)한국에서 정치가가 돼, 어쩌다 대통령이라도 됐다면 그 말로(末路)는 사형 아니면 체포 아니면 자살일테고, 늘 재판에 회부되곤 했을텐데 그런 이웃 나라를 보고 있어 정말 걱정”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3권분립이 확립돼 있다고 했지만, 대법원장이 체포되는 걸 보니 3권분립이 정말 확립돼 있는지 이상하다"고 했고, 문 의장 발언에 대해선 “일본국 헌법에서 일왕은 국정에 관여할 수 없는데, 그의 발언은 일왕을 정치에 끌어들이려고 획책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한다.

이어 문 의장이 현 아키히토(明仁) 일왕을 “전쟁 주범의 아들”이라고 비판한데 대해선 “(아키히토 일왕의 아버지인 히로히토)일왕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애를 썼는데, 무슨 근거로 전쟁 범죄자라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쟁때 종군기자, 종군간호부라는 말은 있었지만 종군위안부라는 말은 없었다”며 “전후에 만들어진 단어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나카야마 의원의 발언은 SNS 등에 올린 내용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예산을 다루는 중의원 예산위원회 석상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파문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연합뉴스]

나카야마 의원은 오사카 출신의 5선으로, 외무부대신과 중의원 외무위원장 등을 지냈다.
조부모와 아버지가 중의원 의원을 지낸 전형적인 세습 정치인으로, 특히 조모는 일본의 첫 여성 각료를 지낸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이날 문 의장 발언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을 묻는 나카야마 의원의 질문에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는 “많은 국민들이 놀라움과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너무나 부적절한 발언으로, 문 의장은 그 이후에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반복하고 있어 극히 유감”이라고 했다.

또 “소위 '종군위안부' 문제는 양국 합의로 완전·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이라며 “국가간 약속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뒤집어버리면 국가간 관계가 처음부터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상도 “한국에 5번이나 항의했고, 사죄와 철회 요청을 했지만 현시점에서 사죄나 철회에 응하겠다는 반응은 없다”고 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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