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바른미래당 창당 1년, 하태경 "잉크도 안 말랐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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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열린 바른미래당 창당 1주년 기념식은 ‘한 지붕 두 가족’에 처한 당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이날 기념식에는 손학규 대표를 비롯해 박주선, 김동철, 이찬열, 권은희, 이태규, 김성식, 김수민 의원 등 과거 국민의당계 의원들이 대거 참여했지만 유승민, 정병국, 이혜훈, 정운천, 지상욱 의원 등 바른정당계는 대부분 불참했다. 바른정당계 의원 중 참석자는 당직을 맡고 있는 오신환 사무총장과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 그리고 하태경 최고위원뿐이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및 소속 의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유의동 의원, 오신환 의원, 김동철 의원, 박주선 의원, 손 대표, 하태경 의원. [뉴스1]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및 소속 의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유의동 의원, 오신환 의원, 김동철 의원, 박주선 의원, 손 대표, 하태경 의원. [뉴스1]

당의 내홍은 지난 8~9일 열린 의원연찬회를 기점으로 더 커지고 있다. 이날 손학규 대표는 ‘합리적 진보세력 흡수를 통한 세력 확대’를 주장했지만, 유승민 전 대표는 ‘개혁보수 노선 강화’로 맞섰다.

유 전 대표는 이날 연찬회에서 “우리 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를 포용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손 대표는 12일 창당 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진보를 배제하지도, 보수를 버리지도 않을 것”이라며 “유 의원이 합리적 진보를 배제하자는 게 아닌 만큼 다양성을 통합하는 정당이 되는 길에 결국 동의해줄 것”이라며  말했다.

8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쉐르빌호텔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2019년 의원 연찬회에서 손학규 대표가 유승민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8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쉐르빌호텔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2019년 의원 연찬회에서 손학규 대표가 유승민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불협화음도 계속 불거지고 있다. 손 대표는 지난 9일 연찬회 종료 후 국회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승민 의원은 ‘당을 떠나지 않는다. 바른미래당에서 내년 총선까지 확실히 간다’고 했다”고 정리했지만, 유 전 대표 측은 “내년 총선까지 확실히 간다고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계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민주평화당과의 통합론도 분출되고 있다.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국 정치 발전과 제3당 정당 길’ 토론회에서 박주선ㆍ김동철 의원과 민평당 장병완 원내대표 등은 “민주당 정부를 대체할 세력이 필요하다”며 “제3 세력의 결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양당 통합론을 제기했다.

8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쉐르빌호텔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2019년 의원 연찬회에서 박주선 의원과 김동철 의원이 손학규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8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쉐르빌호텔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2019년 의원 연찬회에서 박주선 의원과 김동철 의원이 손학규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앞서 양측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30일 만나 “거대 양당에 대항해 제3당이 대안 정당의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정계개편을 주도할 세력 규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하지만 바른정당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자 손학규 대표는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지금은 당 대 당 통합을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정리했다.

하지만 12일 다시 통합론이 나오자 13일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하태경 최고위원은 ‘징계’를 거론하며 강력히 성토했다.
하 최고위원은 “지난주 연찬회 때 평화당과의 통합은 더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잉크도 안 말랐는데 다시 평화당과의 통합을 거론하는 발언이 나오는 것은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극히 유감”이라며 “다시 한번 이런 일이 있을 경우 당 차원의 징계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회의에서 강력하게 경고해야 한다는 데 지도부에서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유성운ㆍ성지원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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