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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없애면 농사 못 짓는다” vs “수질악화 주범 해체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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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공주시민이 공주보사업소에 설치된 보 철거 반대 플래카드를 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공주시민이 공주보사업소에 설치된 보 철거 반대 플래카드를 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정부가 금강·영산강에 설치된 보(洑) 5개 처리 방안을 마련중인 가운데 충남 공주시 주민들이 “공주보를 철거하면 농사도 짓지 못하고 도로도 사라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는 금강과 영산강에 있는 모든 보의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 금강·영산강 보 처리 검토하자 #공주시민 철거 반대 서명운동 나서 #“일부 경제성 낮고 수질관리에 문제” #환경부, 이달 5개 보 처리 방안 발표

12일 공주시에 따르면 공주지역 이·통장협의회는 지난 11일 ‘공주보 철거 반대’를 위한 시민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통장협의회는 “환경부 등에 확인한 결과 보 철거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리·통 단위 383개 마을 전역에서 철거 반대 운동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주민들은 우성면 등 공주보 인근을 중심으로 ‘보 철거 반대’가 적힌 플래카드를 걸었다. 이·통장협의회 이국현(59) 회장은 “공주보 개방으로 금강 수위가 인근 농경지보다 내려가 지하수가 나오지 않는다”며 “난방용으로 활용하는 지하수가 나오지 않으면서 석유 등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겨울철 비닐하우스 난방 비용이 종전보다 30%이상 더 든다”고 했다. 이 일대 150여 가구 축산 농가도 가축에 먹일 물이 없어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우성면 평북리 윤응진(55) 이장은 “모내기 철 등 본격적인 영농시기가 되면 물 부족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공주보를 2018년 3월 완전히 개방했다. 공주보 금강 수위는 12일 현재 4.2m(해발기준)로, 수문을 닫았을 때(8.75m)의 절반 수준이다.

공주보는 2081억원을 들여 2012년 완공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공주보는 2081억원을 들여 2012년 완공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주민들은 또 공주보를 철거하면 마을의 주요 도로가 사라져 큰 불편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공주보 위에는 왕복 2차선 도로가 설치돼 있다. 이 도로(하루 평균 통행량 5000여대)는 우성면 옥성리와 웅진동을 연결한다. 이국현 회장은 “보 때문에 수질이 오염된다고 무조건 철거할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닫거나 열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공주보(길이 280m, 폭 11.5m)는 2081억원을 들여 2012년 완공했다.

농사짓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보 철거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녹조와 수질악화의 주범인 보는 모두 해체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광주·전남 지역 2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영산강 재자연화시민행동도 지난 11일 승촌보와 죽산보를 해체해야 강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이달 안으로 금강과 영산강 보 5개 처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13일 회의를 열고 금강·영산강의 5개 보 처리 방안에 대해 논의를 계속할 예정이다. 일부 민간위원은 “5개 보 가운데 4곳은 유지 비용이 더 들어가는 등 경제성이 떨어지거나 수질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3곳 정도는 보를 해체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경제성 평가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13일로 예정됐던 보 처리 방안 발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해 연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늦어도 2월 안에는 발표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보 처리 방안이 발표되더라도 오는 6월 이후 국가 물관리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된다고 설명했다. 국가 물관리위원회에 상정하기 전에 보별로 구성된 협의체가 지자체·주민·전문가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를 해체할 경우 언제 어떻게 해체할 것인지, 그리고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는 언제 진행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3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보 해체는 예타가 필요하고, 하천 계획 변경은 국토교통부와의 협의도 필요하다.

공주=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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