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권리 위해 유공자 명단 공개, 가능할까?…과거 판례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진태(왼쪽)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 [뉴스1, 연합뉴스]

김진태(왼쪽)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 [뉴스1,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발언에서 비롯된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 논란이 5·18 유공자 명단 공개 논란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우선으로 할 것인지, 유공자의 사생활 보호를 우선으로 할 것인지를 두고 주장이 맞선다.

유공자 명단 공개에 대한 논란은 이미 지난해 12월 법원에서 판결한 바 있다. 결론부터 보면, 당시 재판부는 5·18 유공자 명단 공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은 A씨 등 시민 102명이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낸 ‘5·18 유공자 명단 및 공적 내용 공개 행정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5·18 유공자 명단과 공적사항은 유공자들의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5·18 유공자, 유족 등 명단과 사망행방불명 등 경위 원인에 관한 사항을 일률적으로 공개할 경우 사생활의 비밀 자유가 침해될 위험성이 크다”고 했다. 또 국가유공자, 고엽제 후유증 환자 등 다른 유공자들의 명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국가보훈처 역시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국가보훈처는 개인정보보호법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등을 근거로 들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정보 중 성명·주민등록번호 등은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 포함된다. 만약 이 내용이 공개될 경우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하는 사안이 된다. 또 공공기관들이 활용하는 ‘비공개정보 세부기준’에서도 유공자 포상 등 각종 업무수행과 관련해 취득한 개인의 인적사항 등의 정보는 비공개대상으로 분류된다고 국가보훈처는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법률에 근거했을 때 유공자 명단 공개는 유공자들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불가능하다는 게 재판부와 국가보훈처의 판단이다.

한편 유공자 명단 공개 논란은 지난 11일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주장에서 시작됐다. 김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5·18 유공자 명단이 공개가 안 돼서 이런저런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면서 “명단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주장에 이종명 한국당 의원도 합세했다. 이 의원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5·18 유공자 명단 공개가 이뤄지면 의원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매우 송구하다”면서도 “5·18과 관련된 두 가지 큰 쟁점인 북한군 개입, 북한군 침투조작 사건에 대해 이념논쟁이 아닌 승복력 있는 검증, 그리고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5·18 유공자 명단 공개가 즉각 이뤄지면 징계, 제명이 아닌 저 스스로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유공자 명단 공개를 거듭 주장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