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헝가리가 무슬림 이민자를 막고 자체 출산을 독려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공개했다. 다산 가정에 소득세를 면제해주고 대출도 탕감해 주는 등 금융 지원이 골자다.
“우린 이민 아닌 헝가리 아이 필요” #극우정책 기반 저출산 대책 발표
10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이날 국정연설에서 “서유럽에 이제껏 저출산 해답은 이민이었지만 헝가리는 다르다. 이민에 의존하지 않고 헝가리 미래를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아이 넷 이상을 둔 어머니의 소득세를 전액 면제하고, 신혼부부에게 지원되던 최대 1000만 헝가리포린트(약 4000만원) 무이자 대출금을 셋째 자녀 출산 시 탕감해주기로 했다. 이를 포함한 7대 저출산 대책에는 ▶3년 내 어린이집 2만1000곳 확충 ▶건강보험체계에 25억 달러 추가 투자 ▶주거비 보조 ▶7인승 이상 승합차 구매시 국비 보조 등이 망라됐다.
헝가리는 여성의 합계출산율(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1.45에 불과해 유럽 평균 1.58에 못 미친다. 여기에 서유럽의 고임금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인력 유출까지 겹쳐 총 965만인 인구가 매년 3만2000씩 줄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아이가 줄 때마다 외부에서 사람을 채워 숫자를 맞춰왔다”며 “우리는 숫자가 필요한 게 아니라 헝가리 아이들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네 번째로 총리에 선출된 오르반 총리는 ‘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 정치인이다. 이날 연설은 그가 속한 피데스당의 반이민 포퓰리즘 정책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헝가리는 지난 2015년 남부 세르비아 및 크로아티아와의 국경에 철조망으로 장벽을 설치하는 등 강경책을 통해 난민 유입을 저지해왔다. 지난해엔 헌법을 개정, 난민 및 망명 신청자들에 대한 입국 규제를 강화하는 새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올 5월 유럽연합(EU) 의회 선거에서 반이민 극우정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가 국정연설을 하는 동안 의사당 밖에선 연장근로를 연 250시간에서 400시간으로 허용한 노동법 개정안에 항의하는 2000여명이 시위를 벌였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