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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택시기사 동료 “정부서 해결 안하면 뛰어내리겠단 말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앞에서 한 택시기사가 분신을 시도해 경찰들이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뉴스1]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앞에서 한 택시기사가 분신을 시도해 경찰들이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뉴스1]

카카오 카풀서비스에 반발해 택시기사가 분신을 시도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최근 두 달 사이 세 번째다.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11일 오후 3시 50분경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택시기사 김모(62)씨의 택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김씨는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른 채 택시를 운전해 국회로 돌진하려다 길을 지나던 승용차에 부딪혀 멈춰섰다.

당시 국회 앞에 있던 국회 경비대에 의해 화재는 바로 진압됐다. 김씨는 얼굴·팔·다리 등에 화상을 입었으며 화상 전문병원인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장을 목격한 시민 김승배(54)씨는 "운전자의 옷이 눌어붙어 있었고 화상을 심하게 입은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감식 결과 차량에서는 인화성 물질을 사용했을 때 나오는 유증 반응이 양성으로 나왔다.

화재 당시 김 씨의 택시 손잡이에는 ‘카카오 택시앱 삭제!’라고 적힌 검정 색 근조 리본이 묶여 있었다. [목격자 제공]

화재 당시 김 씨의 택시 손잡이에는 ‘카카오 택시앱 삭제!’라고 적힌 검정 색 근조 리본이 묶여 있었다. [목격자 제공]

서울개인택시 강남조합 대의원인 김씨는 평소 카카오의 카풀 앱 도입 반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한 동료(67)는 “첫 분신 사건 이후로 정부에서 해결안을 내놓지 않으면 조합 7층에서 뛰어내리겠다는 말을 몇 번 한 적 있다”고 전했다.

화재 당시 김씨의 택시 손잡이에는 ‘카카오 택시 앱 삭제!’라고 적힌 검은색 근조 리본이 묶여 있었다. 차량 유리창에는 ‘강남 대의원 김○○’ 이름으로 “택시가 ‘변’해야 산다. 친절·청결·겸손 답입니다”, “카카오 앱을 지워야 우리가 살길입니다”, “단결만이 살 길이다 투쟁으로 쟁취하자” 등의 문구가 적힌 전단이 붙어 있었다.

경찰은 김씨의 택시 차량 조수석 보관함에서 A4용지에 적힌 유서 성격의 메모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4용지에 택시 정책에 대한 불만과 분신 암시하는 내용 적혀 있었다”라며 “세부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씨의 차량 유리창에는 카카오 카풀을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전단이 붙어 있었다. [영등포경찰서 제공]

김 씨의 차량 유리창에는 카카오 카풀을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전단이 붙어 있었다. [영등포경찰서 제공]

이날 11시 국회 앞에서는 택시업계 비대위의 카풀 저지 집회와 행진이 있었다. 동료들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국회에서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3차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이 사고로 3차 회의는 긴급 중단됐다.

앞서 지난달 9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앞 도로에서는 택시기사 임모(64)씨가 차 안에서 분신했다. 지난해 12월 10일 택시기사 최모(57)씨도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국회 앞에서 분신했다. 두 사람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두 숨졌다.

박해리·이병준·최연수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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