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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밀주 사망자' 116명으로 급증…총선 앞두고 음모론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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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주를 마신 뒤 치료를 받고 있는 인도 주민들. [EPA=연합뉴스]

밀주를 마신 뒤 치료를 받고 있는 인도 주민들. [EPA=연합뉴스]

최근 인도 북부 곳곳에서 ‘무허가 술’을 마신 뒤 숨진 사람이 116명으로 늘어나는 등 사태가 커지고 있다. 오는 4~5월 총선을 앞두고 현지 정치권에서는 음모론까지 제기됐다.

인도 TNN통신에 따르면 지난 6일 인도 뉴델리에서 동쪽으로 306㎞가량 떨어진 우타르프라데시주와 인근 우타라칸드주에서 축제 기간 밀주(密酒)를 마신 마을 주민 39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같은 주에 있는 여러 지역에서도 사망자가 속출하며 사건 발생 5일 만에 사망자 수가 116명으로 늘어났다. 이 밖에도 복통을 호소하는 등 상태가 심각한 이도 16명에 달해 앞으로 사망자 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TNN통신은 전했다.

조사에 나선 경찰은 이들이 마신 술에서 세척제에 사용되는 유독성 메탄올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밀주 판매업자 등 30여 명을 연행해 밀주 출처와 유통 경로 등을 조사 중이다. 주 정부는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경찰 12명을 포함한 공무원 35명을 정직 처분했다.

인도 주민들은 밀주업자들을 겨냥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하란푸르 지역에서는 수백명이 고속도를 막고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밀주 상점으로 몰려가 집기를 부수고 관련 제품을 불태웠다.

현지 정치권에서는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집권당이자 연방정부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에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특히 지역 유력 정당인 SP 등은 BJP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요기 아디티야나트 우타르프라데시주 총리는 SP 측의 음모론이라고 맞섰다. 오는 4~5월 총선을 앞두고 SP 측이 의도적으로 사건을 만들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총리는 과거 밀주 관련 사고에 SP의 지도자들이 종종 연루됐다면서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으니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술의 가격이 비싼 인도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밀주가 빈곤층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다. 밀주업자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술과 비슷한 효과를 내기 위해 살충제나 공업용 메탄올 등 독성 물질을 섞는다. 주로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마구잡이로 밀주를 만들어 마시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 2011년 서벵골주에서는 172명이 밀주를 마시고 사망했고, 2015년에는 인도 뭄바이의 한 슬럼가에서 메탄올이 든 술을 마시고, 주민 90여명이 숨졌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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