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미 협상 국면서 오락가락 한미 연합훈련

중앙일보

입력

올해 상반기 한·미 연합훈련이 실시와 유예 사이에서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훈련 유예 카드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선물’로 등장할 가능성 때문이다. 훈련 실시를 전제로 막바지에 이른 한·미 군 당국 실무진 간 협의는 북·미 협상 국면만 바라보는 처지가 됐다.

10일 군 당국에 따르면 연합훈련 실시 여부를 결정할 한·미 국방장관 간 통화는 지난달 말 한 차례 연기된 후 계속 미뤄지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을 지켜보고 연합훈련의 방향을 잡겠다는 판단이었지만 지난 6~8일 북·미 평양 협상 이후에도 상황이 그대로다. 군 당국자는 “북·미 실무회담이 추후 이어질 수 있어 통화 일정을 잡지 못했다”며 “오는 27~28일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의 여파를 예상할 수 없는 지금으로선 연합훈련 실시 여부를 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지난 평양 협상에서 연합훈련 유예는 논의 대상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한·미 당국의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현 시점에서 연합훈련 유예에 대해 미국이 북한과 먼저 논의를 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한·미 연합군사훈련 키리졸브(Keyresolve·KR) 연습 모습. 미8군사령부 캠프험프리스에서 치누크(CH-47), 아파치 롱보우(AH-64D), 아파치(AH-64)헬기가 계류되어 있다. 뉴스1

지난해 4월 한·미 연합군사훈련 키리졸브(Keyresolve·KR) 연습 모습. 미8군사령부 캠프험프리스에서 치누크(CH-47), 아파치 롱보우(AH-64D), 아파치(AH-64)헬기가 계류되어 있다. 뉴스1

군은 일단 상반기 연합훈련 유예에 대한 신호가 없어 실무 선에서 훈련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일정 등 구체적인 윤곽은 이미 나왔고, 최종 발표 시기를 남겨놓은 상태다. 지휘소 훈련인 키리졸브 연습(KR)의 경우 오는 26~28일 예비연습인 위기관리연습(CMX)을 거쳐 3월 4일부터 10일간 진행될 계획이다. KR은 방어 위주의 1부와 반격 위주인 2부 연습으로 나뉘는데, 2부 연습의 기간을 기존보다 축소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어 열리는 연합 기동훈련인 독수리 훈련(FE)은 3월 중순부터 2달 간 실시될 예정이다.

군 당국은 올해 하반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검증의 첫 단계인 최초작전운용능력(IOC)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오는 3월 연합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휘소 훈련이 지난해 KR 이후 10개월째 유예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 때문에 군은 진전된 대북 관계에 따라 연합훈련 성격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우선 실시’에 의미를 두고 있다. 군 당국은 KR과 FE를 19-1로, 하반기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UFG)은 19-2로 명칭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은 채 연합훈련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미군의 전략자산도 올해 연합훈련 기간 한반도에 전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기동훈련의 핵심인 미 해병대 상륙훈련도 유예될 수 있다.

군 당국의 이 같은 준비에도 불구하고 연합훈련 유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합훈련을 회담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임박해서야 연합훈련의 향방을 알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후에도 UFG 등 대규모 연합훈련을 유예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사실상의 결정권을 지닌 트럼프 대통령이 연합훈련 비용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점도 변수”라며 “그럼에도 한·미 방어준비태세를 위해선 상반기 연합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