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 1심 판결의 후폭풍이 상상 이상이다. 그가 지닌 인지도, 그리고 상징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김 지사를 비롯해 여당 인사들이 담당 재판장을 향해 던지는 말들은 비판을 넘어 비난으로 읽혀진다. 이에 동조한 20만명 넘는 사람들이 김 지사 판결이 나고 하루 만에 ‘김경수 재판 판사 전원사퇴’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참여했다.
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의 과거 판결 분석을 통한 성향에 대한 논평도 아니고, 그가 과거 양승태 대법원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다는 게 근거다. 일명 ‘양승태 키드’라는 것이다. 정작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으로 발탁된 때가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이라는 이력에 대한 언급은 없다. 국정농단 사건에 개입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과 공천개입 혐의에 대해 징역 8년을 선고한 행적도 생략됐다.
그보다 안타까운 건 김 지사 본인의 태도다. 그는 판결 직후 변호인을 통해 “양승태 재판부와 연관된 재판부라는 점이 재판 결과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주변의 우려가 있었는데 재판 결과 현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 검사나 피고인이 법관에 대해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제18조). 우려에 따른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마당에 담당 재판장이 적폐 세력의 일원이라는 색을 칠한 모양새다.
오죽하면 평소 말을 아끼던 김명수 대법원장마저 입을 열었을까. “도를 넘어서 표현이 과도하다거나 혹은 재판을 한 개개의 법관에 대한 공격으로 나아가는 것은 법상 보장된 재판 독립의 원칙이나 혹은 법치주의의 원리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고 정치권의 태도가 변하지는 않을 분위기다. 오히려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나며 사회 전반으로 각종 재판에 대한 불복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법조인들은 모든 형사재판에 시민이 참여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내놓기도 한다. 일부 사건에서 활용되고 있는 국민참여재판을 의무적으로 전 재판에 도입하자는 것이다. 재판을 진행하기 전에 “판결에 승복하겠다”는 각서라도 받아야 한다는 볼멘소리나, 재판받고 싶은 재판부를 1, 2, 3 지망 식으로 고르게 해 주자는 말까지 나온다.
사법부 내부에서 초래한 사법불신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진행형이다. 김 지사 1심 판결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도 그 일환이라는 주장을 최종 판단하는 이들이 누구인지는 명확하다. “우리 헌법 제1조 1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되새겨 보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의 판결에 대한 그 논평이 바로 정답이다.
문병주 사회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