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의 없이 날 왜 낳아"…부모 고소하겠다는 남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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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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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0대 인도 남성이 자신의 동의를 얻지 않고 자신을 낳았다는 이유로 부모를 고소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7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뭄바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남성 라파엘 새뮤얼(27)은 "태어나면 평생 고통 속에 살아야 하기 때문에 아기를 낳는 것은 잘못"이라며 앞으로 살아갈 비용을 부모에게 청구하는 소송을 내기로 했다.

새뮤얼은 "아기가 태어나기 전 부모가 동의를 받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태어나는 게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낳아달라고 부탁하지 않았기 때문에 태어난 후의 삶에 대해 부모로부터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새뮤얼이 부모와의 갈등 때문에 이 같은 요구를 한 것은 아니다. 그의 부모는 변호사이며 이번 소송을 유머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머니 카비타 카르나드는 "새뮤얼이 그가 태어나기 전 우리가 동의를 받으려 노력할 수 있었다는 점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갖고 있는 생각의 일부분에만 집중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지구의 자원이 한정돼 있다는 그의 우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새뮤얼이 부모에게 소송을 제기할 계획을 통보하자 그의 어머니는 "법정에서 너를 무너뜨리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뮤얼은 현재 소송을 맡아줄 변호사를 찾고 있지만 맡겠다는 변호사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뮤얼은 인구억제주의자로 '안티 나탈리즘(anti natalism)'에 깊게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안티 나탈리즘은 사람의 출산은 지구와 자연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번식 대신 인류를 지구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새뮤얼은 지난해 인구 증가에 반대하는 '니힐라란드'(Nihilanand)라는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기도 했다. 이 계정에는 "아기를 낳은 것은 노예화하기 위한 것", "부모는 장난감이나 애완동물 대신 아기를 낳는다", "부모에게 어떤 것도 빚진 것이 없으며 우리는 단지 부모의 오락거리일 뿐" 등의 메시지들로 채워져 있다.

그는 5살 때부터 이런 생각들을 갖기 시작했다. 새뮤얼은 "어느날 학교에 가기 싫었지만 부모는 학교에 갈 것을 강요했다"면서 "그래서 왜 나를 낳았는지 부모에게 물었는데 아버지는 아무 대답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만약 아버지가 대답할 수 있었다면 이런 생각을 갖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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