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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행교사의 "마지막수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선생님, 가지마세요』
『선생님, 꼭 돌아오세요』
31일 오후3시30분쯤 서울상도동 강남여중 교문앞
이 학교 김남선교사(38·여·국사)가 교문밖에서 대기중인 경찰을 향해 걸어나가는 순간 수백여명 학생들이 제각기 교실 창문으로 몸을 내밀고 손을 흔들며 김교사의 연행을 아쉬워했다.
김교사는 지난달 25일 교원노조결성 준비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시교위로부터 고발을 당해 경찰의 추적을 피해오다 이날 6일만에 학교에 출근, 「마지막 수업」을 했던 것.
김교사를 뒤따라 나온 20여명의 동료 교사들은 착잡한 표정으로 한동안 눈길을 주고받은뒤 짧게 구호를 외쳤다. 『민주교육 만세, 김선생님 만세, 강남여중 만세』 김교사는 이날 자신이 직위해제당한 사실을 모르고 1교시 수업을 했으나 학교측으로부터 조치사항을 통보받아 이 조치가 풀리지 않는한 15년 교사생활의 「마지막수업」을 한 셈이 됐다.
『오늘 비로소 내 동료, 내제자가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앞으로 애들 곁으로 되돌아가면 정말 잘 가르칠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수업」에서는 학생들에게 「더불어 사는 세상이 올때까지 타인을 위해 손해볼줄 아는 사람이 되자」 「불의의 탄압에 분노하고 저항할줄 아는 사람이 되자」고 얘기해 주었어요…』
김교사는 「마지막 수업」이라는 대목에서 끝내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을 제대로 잇지못했다.
당국이 형사조치까지 취하고 있는 「교원노조 주도교사」들도 일선 교육현장에서만은 대부분의 학생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평범한 「우리의 선생님」이었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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