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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싸움에 국민보건 뒷전|서로 실익에만 급급....당국도 갈팡질팡|약국 보험참여로 약화등 부작용 우려|무기연기로 끝난 의-약분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의사·약사단체의 극심한 이해대립으로 파동직전까지 갔던 의약분업분쟁은 31일 보사부가 대한의학협회(회장 김재유) 및 대한약사회(회장 김명섭)와의 최종협상에서 완전분업 시행때까지 의약분업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일단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또 그동안 의료보험에서 소외되었던 약국이 의보에 참여하기로 합의, 앞으로 국민들의 약국 이용 행태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분쟁을 통해 의사·약사단체가 국민보건의 측면보다는 이해다툼에 급급했고,보사당국도 확고한 정책의 지도 없이 이해집단의 다툼에 이끌려 갈팡질팡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약의 오·남용으로부터 국민건강을 보호한다는 의약분업의 취지는 실종된채 의사·약사 단체는 현상유지 또는 보험 참여라는 실익을 얻었고, 보사부는 부분의약분업 강행에 따른 부담과 이해집단의 실력행사위협에 굴복한꼴이 된것이다.
이에따라 현재 우리사회의 의약 관행이나 병원·약국 배치여건, 의사·약사간의 이해대립 상태등을 감안할때 대부분의 선진외국이 채택하고 있는 완전의약분업은 사실상 시행이 요원해졌다고 할수있다.
의약분업 분쟁은 60년대부터 시작, 77년 직장의보 시행과함께 대립이 본격화됐고 83년 목포에서의 시범사업에서는 약국의 휴업시위까지 빚어지는등 뿌리깊은 의사·약사간의 다툼이 있었고 특히 그동안 의료보험에서 소외되어온 약국들은 7월 1일 전국민 의보시행을 앞두고 생존권 차원의 위기의식을 느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l2월 보사부가 의사·약사 단체의 합의하에 7월1일부터 우선 부분분업을 시행키로 한것은 일단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졌었다.
부분분업안은 약국을 보험권으로 끌어들이되 현재의 의약관행인 의사의 임의투약및 약사의 임의조제를 인정, 급여차이를 통해 의사의 처방전 발행을 유도한다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부분분업안에 대해서도 의사·약사 단체는 고질적인 이해다툼을 노출, 약사 측은 의사의 처방전 의무발행을 보장토록 요구했고 의사측은 분업의 원칙에 따라 최소한 항생제·호르몬제·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약국의 자유판매를 규제토록 요구한 것이다.
이같은 각각의 요구에 대해 의협측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처방전 발행 보장에 응할 의사를 보였으나 약사회측은 『3개 품목 규제는 올바른 조제기능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 협상이 결렬되고 말았다.
결국 의약분업은 원점으로 돌아가 완전분업 시행까지 무기한 연기, 의사·약사의 이해다툼의 여지를 없앤 반면 의약분업과 관계없는 약국의 보험참여만 합의되기에 이르렀다.
약국의 보험참여는 병원에서 조제할경우 보험이 적용되고 약국에서는 일반 약가가 적용되는 불균형을 해소하고 국민들의 약값 본인부담을 경감시킨다는 점에서 당연한 귀결이라 볼수 있다.
그러나 약국 약값에 대한 보험적용범위·급여수준 결정등 복잡한 절차가 남아있고, 특히 약국의 보험참여는 보험재정의 팽창을 초래해 정부와 국민들의 보험료부담이 그만큼 늘어나는 현상이 불가피하게 됐다.
아울러 약품 오·남용 방지와 약화사고 예방, 처방과 조제의 전문화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등 의약분업의 취지가 외면된채 의보 적용으로 약국의 문턱이 더 낮아질 경우 이에 따르는 심각한 부작용도 우려된다.
의약분업은 국민건강의 차원에서 필연적으로 지향해야할 방향임엔 틀림없다. 따라서 정부나 의사·약사단체들도 이해관계를 떠나 의약분업이 시행될수 있는 여건, 즉 의약품분류와 병원·약국의 균형 배치, 국민들의 의약관행 개선등에 서로 노력해야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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