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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당 그늘」탈출 북방행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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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 총재의 1일 방소 등정은 민주당의 강조대로 우리 정치지도자론 첫 번째라는 점에서 일단 주목을 끌고 있다.
더구나 소련 초청 측이 「고르바초프」의 「새로운 사고」 외교의 프로젝트를 맡는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의「유기니·프리마코프」 소장이며 공산당 중앙위가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비중을 높여주고 있다.
김총재는 9일 간의 소련방문중 모스크바에서 정부와 당의 고위 관계자와 회담하고 레닌그라드와 소련내 최대 한인동포 거주지역인 증앙아시아 지방의 타슈켄트를 방문할 계획이다.
그의 모스크바 체류 중 만날 인물은 소련 측의 관행에 따라 현지 도착시 확정 발표될 예정으로 있으나 민주당은 『상당히 고위급 인사와의 면담을 추진했으며 성사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소련 측도 김영삼 총재를 초청하기까지 정치·외교적 계산을 했음직하며 지난달 31일 있은 노·김 회담에서 김총재의 방문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초당 외교의 일환으로 평가됨으로써 김총재의 방소는 무역대표부 교환수준의 한소관계를 준 공식적 관계로 발전시켜 가는 과정의 한 단계가 되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총재도 그의 방소의 정치적 성과를 그런데 두고 있는 것이며 정부측도 그런 부수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때문에 정부측은 이례적으로 외무·상공·통일원 등 3부장·차관을 김총재에게 보내 합동브리핑을 하기까지 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총재가 소련 측에 노대통령의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정부측의 입장을 전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총재는 소련 지도층과 만나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대북한 영향력행사 등 소련의 역할증대, 한소경제교류, 그가 제의한 동북아 6개국 국회의원협의체 문제를 논의하게 된다.
소련 측은「고르바초프」의 블라디보스토크 선언, 크라스노야르스크 연설을 통해 한반도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혀왔고 지난번 중소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를 언급한 만큼 김총재의 보다 진전된 대한메시지 요구에 대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김총재는 자신의 방문이 북방 경제에 뒤이어 북방 정치시대의 본격시동을 과시한 것으로 평가되길 바라고 있지만 일단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총재는 이와 함께 귀로에 미국에 들러 정치지도자 및 의회 및 국무성 고위관계자와 만날 예정으로 있어 그의 외교적 역할을 과시할 작정이다.
김총재의 소련·미국 방문의 다른 측면은 「대내효과」다.
투쟁일변도의 정치스타일이나 정치적 경륜에 대한 비판 등 구태의연한 야당정치인의 이미지를 벗어나 외교도 할 줄 아는 정치인으로 비쳐졌으면 하는 것이며 이와 함께 소련 방문을 경쟁적으로 추진한 김대중 평민당 총재를 앞질렀다는 점이 부각되기를 희망하는 눈치다.
때문에 김총재 측은 소련방문 교섭과정을 상당히 비중 있게 설명하고 싶어한다. 김총재는 작년 8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인연을 맺은 소련 시사주간지 뉴타임스 편집국장 「이그나텐코」를 통해 소련 방문가능성을 확약 받았으며 소련당 중앙위가 지정한 「프리마코프」채널과 연결이 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프리마코프」 채널은 평민당 측과 민정당이 두드렸던 미국·캐나다연구소장 「알바토프」 창구를 열게됐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소련 측이 어떤 측과의 교섭을 필요로 했느냐는 선택의 문제였고 김총재 측은 그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김총재의 또 다른 의도는 소련 방문외교를 초당적으로 추진하면서 4당 구조를 노-김영삼 중심체제로 끌어갔으면 하는 계산이다.
그 동안 김총재는 이른바 노-김대중 밀약설이라는 구도 때문에 중심부에서 밀려났고 그 때문에 고사 당하지 않기 위해서도 중평 강행요구 등 투쟁노선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일단 실패와 좌절로 나타났다.
따라서 소련 방문을 계기로 이뤄진 초당협력의 분위기를 귀국 후 핵심인사처리 등 5공 청산 문제해결에 대한 협조로 이끌어가 5공 청산 이후 정국을 주도해 간다는 생각도 하고 있는 것 같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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