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군의회 셀프제명안에···군민들 "철면피 몰아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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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경영인예천군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21일 경북 예천군의회 앞에서 '가이드 폭행' 사건과 관련해 예천군의원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농업경영인예천군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21일 경북 예천군의회 앞에서 '가이드 폭행' 사건과 관련해 예천군의원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예천군의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지난 30일 해외연수 중 물의를 빚은 군의원 3명에 대해서만 제명안을 제시하자 군민들은 "철면피 군의원들을 주민소환제로 몰아내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오는 1일 예천군의원 3명 제명 여부 확정 #예천군민들, 의원 전원 자진 사퇴 않으면 #"주민소환제로 의원직 박탈할 것" 입장

최한열 예천군 농민회장은 "다 같이 해외 연수에 가서 물의를 일으켜 놓고 자기들끼리 징계수위를 정하고 있다"며 "주민소환까지 가기 전에 의원 모두가 자진 사퇴를 해서 하루빨리 예천군의 명예회복을 시켜 달라"고 말했다.

주민소환제는 주민들이 부적격한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소환해 해임하는 제도다. 예천군 34개 단체로 구성된 예천 명예회복 범군민 대책위원회는 이대로 자진 사퇴 없이 3명만 의원직에서 제명된다면 현행 주민소환법에 따라 이들이 임기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올 7월에 주민소환을 청구해 의원직을 박탈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예천군의회 윤리특위는 지난 30일 2차 회의에서 지난해 12월 20일부터 29일까지 7박 10일간 미국과 캐나다로 떠난 해외연수에서 문제를 일으킨 의원 3명의 제명안을 냈다. 징계 대상은 현지 가이드에게 주먹을 휘둘러 다치게 한 박종철 의원, 폭행을 말리지 않은 이형식 의장, 연수 중 접대부를 불러 달라고 요구한 의혹을 사고 있는 권도식 의원이다.

이들의 제명은 오는 1일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제명되려면 전체 의원 9명 가운데 당사자를 제외하고 3분의 2 이상인 6명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의회의 징계 결정을 따르겠다"고 한 권 의원을 제외하고 2명은 제명안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날 박 의원 등 3명의 제명이 확정되면 예천군 의원은 6명으로 줄어든다.

경북 예천군이 최근 예천군의회의 불미스런 사태로 지역 농특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를 위해 전직원이 세일즈맨이 돼 홍보ㆍ판매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연합뉴스]

경북 예천군이 최근 예천군의회의 불미스런 사태로 지역 농특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를 위해 전직원이 세일즈맨이 돼 홍보ㆍ판매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연합뉴스]

대책위는 "예천군의회의 자치법규에 이해당사자는 윤리특위에 참여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는데도 예천군의회에서 계속 셀프 징계를 진행하고 있다"며 항의 중이다.

예천군의회의 '윤리특별위원회 구성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윤리특위를 구성하는 위원은 심사, 징계에 관한 사항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할 수 없는 사유가 있을 경우 특위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 현재 예천군의회 윤리특위는 전체 의원 9명 중 징계대상을 뺀 나머지 6명으로 구성됐다.

예천군 농산물 불매 운동이 고개를 들었다. [예천군의회 홈페이지 캡쳐]

예천군 농산물 불매 운동이 고개를 들었다. [예천군의회 홈페이지 캡쳐]

의원 모두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을 시 대책위는 설 연휴에도 점거 농성을 이어갈 방침이다. 최 농민회장은 "지금이 설 대목인데 불매운동으로 예천 농산물이 팔리지 않고 있어 소상공인들이 울상"이라며 "더는 설을 지내는 의미가 없어 올 설 차례상은 군의회에서 제사상으로 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연수 중 가이드 폭행 등으로 시작된 경북 예천군의회 사태는 설 밑 '예천군 농산물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예천군농민회에 따르면 예천군 하리면 동사리에서 나는 특별한 곶감인 '은풍준시'는 단골조차 외면하고 있다. 임금 수라상에 올라간 곶감으로 명절 때면 대부분의 수량을 판매해 왔지만, 은풍준시 영농조합법인은 "현재 주문 전화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예천=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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