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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인수 나선다···조선업 '빅2'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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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막바지 협의를 산업은행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사 땐 삼성중공업과 빅2 체제 #산은, 오늘 이사회서 논의하기로 #현중, 지분 확보에 현금 2조 필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한국 조선업은 빅2 체제로 전환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접촉이 산업은행과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선 업계에선 대우조선해양이 20년 만에 새로운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업계에선 주목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31일 이사회를 열고 해당 안건을 상정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관계자는 "경제부처장관 회의 후 산은 이사회에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를 승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내 외에서 독과점 이슈에 대한 문제제기가 향후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선 2조원 가량의 현금이 필요하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55.7%)은 30일 종가 기준으로 2조1000억원 수준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오랫동안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를 중심으로 한 빅3 체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공급과잉에 따른 조선업계 위기가 지속되자 빅2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대우조선해양도 이런 의견을 수차례 밝혔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조선업이 빅2 체제로 재편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에 인수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으로 해석된다.

 정부도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을 검토해왔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대우조선의 채무 재조정 작업이 한창이던 2017년 “대우조선이 구조조정을 통해 작지만 단단한 회사가 된다면 인수합병을 통해 대우조선의 주인을 찾겠다”고 언급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세계적인 매머드급 조선사가 탄생하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량 1위는 현대중공업, 2위는 대우조선해양이다. 두 회사의 수주잔량을 합치면 3위 이마바리에 견줘 3배 수준이 된다. 업계에선 인수합병을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제조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인수에 욕심을 낼 정도로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도 인수합병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2017년 73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낸 것도 인수합병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반면 일각에선 양사의 인수합병에 큰 시너지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과 특화 분야가 겹치는 현대미포조선 등 계열사를 이미 거느리고 있어서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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