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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차 최고 연봉' 이정후, 그 시절 이종범을 넘었다

중앙일보

입력

'야구 천재' 이정후(21·키움 히어로즈)가 프로야구 역대 3년 차 최고 연봉 기록을 세웠다. 기록에서는 '한국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인 아버지 이종범(49)을 아직 따라잡지 못했지만, 연봉 기록만큼은 아버지를 훌쩍 뛰어넘었다.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 [중앙포토]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 [중앙포토]

키움 구단은 지난 29일 이정후와 2억3000만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KBO리그 역대 3년 차 최고 연봉 기록이다. 종전 3년차 최고 기록은 한화 이글스였던 류현진(LA 다저스)이 2008년 받은 1억8000만원이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2017년에 키움에 입단한 이정후의 첫 시즌 연봉은 2700만원이었다. 그해 타율 0.324, 179안타, 111득점, 47타점 등의 성적으로 각종 신인상을 싹쓸이했다. 그 결과 이정후는 지난해 1억1000만원으로 연봉이 수직 상승하면서 역대 연봉 대열에 들어섰다. 연봉 인상률은 무려 307%에 달했다.

지난 시즌에는 손가락·종아리·어깨 등의 부상으로 144경기 중 109경기에만 출전했지만 타율 0.355(3위), 출루율 0.412(6위), 57타점, 81득점 등을 기록하며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키움은 연봉 1억2000만원을 올려 2억3000만원을 주기로 했다. 연봉 인상률은 109%다.

아버지 이종범의 프로 1~3년차 연봉은 어땠을까. 건국대를 졸업하고 1993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한 이종범은 당시 연봉 1200만원을 받았다. 데뷔 시즌 타율 0.280, 133안타, 85득점, 53타점, 16홈런 등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이듬해 150% 상승된 3000만원에 연봉 계약을 맺었다.

이종범의 프로 2년 차는 대단했다. 프로 인생 18년 동안 가장 높은 타율(0.393)을 기록했다. '꿈의 기록'으로 불리는 200안타에서 4개 적은 196안타를 때렸고, 77타점, 19홈런, 113득점 등을 기록했다. 그런데 연봉 상승률은 높지 않았다. 1995년 그의 연봉은 고작 2000만원이 인상된 5000만원(연봉 인상률 66%)이었다. 재정이 빈약했던 해태 구단은 광주의 물가가 타지역 보다 싸다는 이른바 '광주 물가론'을 내세워 선수들의 연봉을 적게 주고는 했다. 이종범은 프로 5년 차였던 1997년에서야 1억1000만원을 받으면서 억대 연봉 선수가 됐다. 이정후가 아버지보다 3년 더 빨랐다.

이종범과 이정후의 프로 활동 시기는 20년이 넘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소비자가 일상생활에 쓰기 위하여 구입하는 재화와 서비스(소비재)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소비자물가지수로 이종범과 이정후의 1~3년 차의 연봉을 비교해봤다. 연봉 협상이 이뤄지는 전년도의 소비자물가지수로 계산했다.

4주 군사 훈련을 마치고 아버지 이종범(왼쪽)과 기념 사진을 찍은 이정후. [사진 좋은스포츠 SNS]

4주 군사 훈련을 마치고 아버지 이종범(왼쪽)과 기념 사진을 찍은 이정후. [사진 좋은스포츠 SNS]

이종범의 1년차 연봉 협상 시기였던 1992년 소비자물가지수는 47.106이었다. 이정후의 신입 연봉 책정은 2016년에 이뤄졌는데 당시 소비자물가지수는 100.97이었다. 이종범의 신입 연봉 1200만원을 2016년 물가상승률에 비교하면 이정후의 적정 연봉은 약 2600만원이 된다. 이정후는 100만원 더 많은 2700만원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년 차에는 격차가 커진다. 1993년 소비자물가지수는 52.460이었고, 이종범 연봉은 3000만원이었다. 2017년 소비자물가지수는 102.93으로 93년보다 2배 정도 올랐다. 그런데 이정후의 연봉은 1억1000만원으로 2년 차 이종범보다 연봉이 3.6배나 증가했다.

해태시절 이종범

해태시절 이종범

1994년 소비자물가지수는 52.46이었고 이종범의 3년 차 연봉은 5000만원이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4.46이다. 그런데 이정후의 3년 차 연봉은 2억3000만원으로 아버지의 3년 차 연봉보다 4.6배가 올랐다. 이정후는 연봉에서는 이미 아버지를 뛰어넘었다.

이정후가 큰 부상 없이 지난 2시즌처럼만 성적을 내준다면 이정후의 연봉은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더불어 자유계약(FA) 자격을 획득한 이정후의 몸값은 예측하기 어렵다. 이종범은 FA 계약은 지난 2006년 KIA 타이거즈와 2년 18억원(옵션 1억원 포함)에 사인한 것이 유일하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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